[한경에세이] '붕어빵' 외모

얼마 전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가 있었던 모양이다. 한때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는 TV를 통해 방영돼 온 가족이 모여 시청하며 누가 뽑힐 건지 내기도 하곤 했었는데,최근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의 관심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졌다. 이런 미인 선발대회가 근래에 와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행사가 돼 버린 것은 여성 단체들에 의해 공중파 방송 중계를 못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지만,좀 더 본질적인 이유는 이런 대회가 더 이상 진정한 의미에서의 경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예전부터 우리는 외모에 대한 나름대로의 다양한 기준이 있었다. 무조건 키가 크거나 날씬하다고 좋게만 보진 않았던 것 같다. 키 큰 사람이 싱겁다는 얘기가 있었고,너무 날씬하면 요즘 말로 '없어 보인다'고도 했다. 또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클수록,마를수록'이란 잣대 한 가지인 듯싶다. 아니,한 가지 더,얼굴은 '작을수록'이다. 이 절대적 기준을 가지고 미인 대회 참가자들을 평가하고,많은 참가자들이 이 기준에 맞게 만들어진다. 아는 성형외과 후배에게 "요즘은 네가 조물주네"라고 했던 말 그대로다. 우리는 인간이 만든 인형같이 예쁜 사람이 아니라,진짜 조물주가 만든 각기 다른 자연미와 매력을 지닌 사람들의 경쟁을 보고 싶은 거다. "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가 있지" 하는 감탄이 나와야 하는데,"쟤는 어디 어디 고친 것 같아"란 반응이 나오니 신기하거나 새로울 게 없는 것이다.

문제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외모에 대한 편향된 기준이 사람들에게 '현실 만족감 결여'란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충분히 크고,날씬하고,얼굴이 작은데도 뚱뚱하며 얼굴이 크다고 느끼고 산다. 한국에서 가장 키가 큰 세대인 20대 남자의 평균 신장이 173~174㎝,여자가 161~162㎝ 정도인 모양인데,한 설문 조사에서 이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키 평균이 남자 185㎝,여자 170㎝라고 한다. 가장 큰 민족인 북유럽 국가의 남자 평균이 180~181㎝ 정도라고 하니 기대치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큰 셈이다.

지나치게 중시되는 육체적 매력에 대한 기준이 자기 자신뿐 아니라 배우자 선택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또 다른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공주병의 발병 원인은 후천적 환경에 기인한다. 이 환자들은 대개 빼어난 육체적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그만큼 이 병의 발병에 가장 큰 공헌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남자들이다. 그야말로 예쁘면 모든 것을 용서한다. 그래서 증세 정도만 있던 사람을 기어이 환자로 만들어 놓고서 배우자로 맞아들인다. 결혼해서 1년만 지나도 우리는 다 안다. 그 병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그런데 결혼 전에는 죽어도 모른다. 자업자득이다.


박종욱 로얄&컴퍼니(옛로얄TOTO)대표 jwpark@iroy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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