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계기로 작용했다. 구조조정이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등 유동성과 관련된 문제들이 잇따르면서 기업들의 신용도를 분석하는 '크레디트 애널리스트(CA)'들이 다시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CA는 자금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코자 하는 기업들의 신뢰도와 투자가치를 판단하는 전문가다.

올 상반기 증권사는 물론 개인들도 채권투자를 늘렸고 때맞춰 국내 최초의 실시간 종합국채지수인 'KEBI(케비)'도 등장하는 등 채권시장은 질적으로 변하고 있다. 당연히 채권의 가치와 위험도를 평가할 채권 애널리스트들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주요 증권사들은 신규채용이나 증원을 통해 채권분석 기능 강화에 나섰다. 동양종금증권은 최근 1년 새 3명을 충원해 채권 리서치 담당 전문가를 7명으로 늘렸고,대우증권은 2년여 만에 채권 애널리스트를 새로 뽑았다. 일부 증권사는 신용평가사에서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수요가 늘어나자 '몸값'도 많이 올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증권사들의 업무가 주식영업 위주로 이뤄지는 탓에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졌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의 분위기 변화도 한몫했다. 금융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채권시장의 '큰손'인 기관들이 업종별 종목별로 보다 세밀한 분석자료를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증권사들로선 전문인력을 채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증권사 채권 브로커(중개인) 개인의 네트워크와 능력에 의존하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한 대형 증권사 채권영업부장은 "일부 기관은 크레디트 애널리스트가 없는 증권사엔 자산을 맡기지 않겠다는 상황"이라며 "영업부서 내 채권분석 인력이 있긴 했지만 리서치센터 차원에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어 충원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일부 대기업이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수조원의 시중자금이 몰릴 정도로 채권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홀대'에서 벗어나는 채권 애널리스트들과 함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채권거래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채권 투자자들에게도 주식처럼 다양한 분석정보가 제공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강지연 증권부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