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저녁 7시 경기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구내식당.이틀에 걸친 하반기 해외 지법인장 회의를 마친 삼성전자 DMC(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문 상무급 이상 200여 임원들이 뒤풀이를 겸해 한자리에 모였다.

저녁식사를 막 시작할 무렵,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사진)가 예고없이 모습을 보였다. 잠시 좌중이 조용해졌다. 이 전무가 회의에 공식 참석한 적은 많지만 뒤풀이에 나온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곧바로 최지성 DMC부문 사장과 함께 테이블을 돌며 해외 지법인장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마다 '파이팅'을 외치는 흥겨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임원은 "이 전무가 사장단과 함께 자리를 돌며 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수고했다' '고맙다'는 말을 건네자 분위기가 고무됐다"고 전했다. 이윤우 부회장 등도 해외 지법인장 뒤풀이 장소에 참석해 하반기에도 공격경영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줄곧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해외시장 점검에 집중해 온 이 전무가 해외 지법인장 회의 뒤풀이까지 참석한 것은 임직원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려는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2분기 경영 실적이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도 이 전무에게 힘을 더해 주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그간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특검과 경기침체로 인한 실적부진 등으로 다소 위축돼 있었다.

삼성전자는 경비절감을 위해 임원과 신입사원의 연봉을 각각 10~20%,10~15% 줄이는 등 과감한 긴축경영을 벌여왔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전무의 뒤풀이 참석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2분기 시장 예상치의 두 배를 웃도는 2조5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회사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