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자산시장] '코스피 1500이후' 패러다임 바뀐다… 소외된 실적주 '찜'

3개월 가까이 1400선만 오가던 증시가 지난 일주일 사이 축지법으로 1500선까지 질주했다.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도 기업들의 깜짝 실적이 이어지면서 다우지수는 6개월 만에 9000선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화려한 예고편에 어울리는 본편을 내보낸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가 막을 내리면서 2분기 어닝 시즌은 절정을 지나는 분위기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제 상반기보다 하반기 실적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또 코스피 1500시대를 맞아 단기급등한 종목보다는 덜 오른 종목 중 실적개선세가 뚜렷한 종목으로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승장 이끄는 삼각편대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작년 9월만 해도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다. 코스피지수가 900선 아래로 추락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올 들어 유동성 확대라는 처방을 받으면서 증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지난 3월부터 시중에 풀린 돈이 증시로 몰리면서 급등세를 탄 것.3~4월 두 달 동안의 코스피지수 오름폭은 30%에 육박했다. 그러나 '돈의 힘'으로만 상승한 탓에 국내 증시는 5월 이후 3개월 가까이 옆으로만 기었다.

박스권에 갇혀 있던 증시가 탈출구를 찾은 것은 이달 들어 기업의 실적개선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나은 것은 물론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LG전자가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냈고 현대차도 분기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인 6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벌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전기도 최고의 분기 성적표를 받았고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정밀화학 등은 상반기 실적이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정보기술(IT)과 자동차업종이 어닝 시즌을 이끌면서 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IT주가 이끌고 자동차주가 뒤를 받치는 형국이다. 업종별 순환매와 금융지주회사법 통과 등으로 금융주도 상승장의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윤자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에 한국을 떠났던 외국인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IT나 자동차 업종을 사면서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상승랠리에서 소외돼온 업종들도 힘을 내며 무시못할 조연으로 부상하고 있다. 철강주 조선주 건설주가 대표적이다. 지난 20일부터 23일 사이 반도체주는 0.92% 빠지고 자동차주 상승률은 0.90%에 그친 데 비해 철강주는 2.83%,조선주는 2.90% 뛰었다. 같은 기간 건설주도 1.23%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통신주 전기가스주까지 주도주 바통을 이어받으며 1500선 돌파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IT 자동차 금융 관련주를 더 이상 담기 부담스러워하는 외국인이나 기관의 대체투자처 역할을 해냈다.

이에 대해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부 업종에 한정됐던 상승세가 전 업종으로 확산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상승장일 때 통신이나 전기가스 같은 경기방어주까지 상승하는 것은 단기 고점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달아오르는 자산시장] '코스피 1500이후' 패러다임 바뀐다… 소외된 실적주 '찜'

◆코스피 1500시대 투자법

코스피지수가 1500으로 높아진 만큼 이제는 철저히 실적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설사 1500대 안착이 실패하더라도 급락의 위험은 크게 낮아진 만큼 향후 수익성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고른다면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우선 2분기보다 3분기 이후에 실적이 크게 개선될 종목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 30% 이상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수가 70개사인데 대부분 IT와 철강 종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철강 같은 산업소재나 에너지 관련주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널리스트들의 입을 잘 관찰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낙관론으로 넘치고 있는 업종보다는 비관론의 정도가 약해지는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사자'세가 많은 종목을 꼭지 때 사기보다는 아직 덜 오르거나 바닥을 친 종목을 선점하라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최근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이 상향 조정되고 있는 금융 철강 조선 항공 해운 건설주를 추천했다.

상승종목 수를 하락종목 수로 나눈 주가등락비율(ADR)을 활용하라는 주문도 나왔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올들 어 ADR가 100 이하였을 때는 IT와 금융주만 올랐고,100 이상으로 오르면 대부분의 업종이 골고루 상승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ADR가 100 이상이라는 것은 상승종목이 하락종목보다 많다는 뜻이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방어 업종보다는 경기민감업종 중 상승폭이 작았던 산업재가 상승여력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그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이하이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 이상인 STX엔진 JS전선 S&TC 일진전기 등을 주목할 만한 종목으로 꼽았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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