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Exit Strategy)'의 조기 시행을 주장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달리 정부와 한국은행이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하반기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2.3%로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에 대해 일시적인 정책효과 덕분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신차를 구매할 때 세제 혜택을 준 것이 예상밖의 높은 성장률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3분기부터는 이 같은 정책효과가 사라지면서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 신차 구매가 다소 줄어드는 등 신차에 대한 세제 혜택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도 여전히 부진하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 감소폭은 22%에 이르러 지난달의 11%에 비해 다시 확대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최근 들어 주가는 올라가고 있지만 실물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 대비 0.3%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4분기 성장률이 제로(0) 수준에 머물거나 최악의 경우 다시 마이너스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 투입을 줄이고 세금을 늘리며 기준금리를 높이는 등의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데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와 한은의 얘기다.

정부와 한은은 그러나 본격적이라고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미시적인 출구전략은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고 전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대한 압박 강도를 완화한 것 등도 넓은 의미로 보면 출구전략의 하나"라고 말했다. 재정의 경우에도 현재까지 기조를 전환한 것은 아니지만 세수 증대 방안을 강구하는 것 등이 중대한 변화 중 하나라고 전했다.

한은 역시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풀었던 유동성을 빠른 속도로 회수하고 있다. 통안채 발행 중단,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자본확충펀드,채권시장안정펀드,총액한도대출 확대 등을 통해 총 27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지금까지 17조원가량을 회수했다. 한은 관계자는 "출구전략의 핵심은 기준금리 인상이며 출구전략을 시행한다는 것은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린다는 얘기"라며 "자칫 잘못하면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는 실물경제가 다시 고꾸라질 가능성이 있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준동/정종태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