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회장 선출 문제로 완성차 업체 노조와 다른 중소기업 노조 간 갈등을 겪어온 금속노조가 결국 완성차 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금속노조는 23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대표 지회장 선출 방식을 각 기업 지부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산별노조 전환 방안을 확정지었다고 22일 밝혔다. 완성차 기업 지부들은 대부분 직접선거 방식을 원하고 있어 대표 지회장을 조합원 투표를 통해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노조들은 그동안 "산별노조 전환을 통해 지역지부로 바뀌면 완성차 노조는 사업장별로 쪼개지기 때문에 위상 약화가 우려된다"며 "각 사업장을 아우를 수 있는 대표 지회장을 뽑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노조들은 "대표 지회장을 두면 결국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 기업 지부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했고 "대표 지회장을 두더라도 임명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지부는 조만간 대위원대회를 열어 대표 지회장 선출 방식 등 조직개편안을 확정짓고 그동안 미뤄왔던 새 집행부 선거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번에 선출되는 노조위원장은 '현대차 지부장'이 아니라 '현대차 대표 지회장'이 된다.

하지만 이번 금속노조의 결정은 중소기업 노조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데다 지난 13일 임시대의원대회 투표 결과를 무효화한 것이어서 내부 갈등이 불거질 전망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