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지난해보다 연간 투자규모를 늘려잡았다. 경쟁 업체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됐을 때 경기침체 이후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LG 계열사의 올해 투자 규모는 시설과 R&D(연구 · 개발) 투자를 합해 12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연초에 발표한 투자계획 11조3000억원보다 8.9%가량 늘어난 것이다. 올해 초 LG는 전자부문에 7조4000억원,화학부문에 1조7000억원,통신 · 서비스부문'에 2조2000억원을 각각 투자하는 2009년도 투자계획을 발표했었다.

LG의 공격적인 행보는 올해 초부터 예견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구본무 LG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현안에만 몰두하면 2~3년 후에는 더 이상 새로움이 없는 기업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며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었다.

LG 계열사 중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은 LG디스플레이다. 이 회사는 최근 3조2700억원을 들여 8세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새로운 생산라인은 경기도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P8공장의 비어 있는 공간에 들어선다. 주력 생산품목은 대형 LCD TV용 패널로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 건설하는 8세대 라인의 생산량은 유리기판 투입량 기준으로 내년 하반기 월 6만대,2011년 12만대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규 라인의 생산량을 늘리는 '램프업' 작업의 속도는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LG의 전체 투자규모가 늘어난 것도 LG디스플레이가 투자액을 늘렸기 때문이다. 올해 2조5000억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었던 LG디스플레이는 LCD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을 감안,3조5000억원으로 연간 투자규모를 상향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8세대 라인이 추가로 가동되면 생산능력 면에서 업계 1위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사업을 가장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는 계열사는 LG화학이다.

이 회사는 2012년 첫 상업생산을 목표로 총 1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경기 파주 월롱 산업단지에 LCD용 유리기판 생산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다. 2012년까지 4300억원을 투자해 LCD용 유리기판 1호 라인을 건설하고 2014년 무렵 생산라인을 3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 2월 LCD용 유리기판분야 원천 기술을 보유한 독일 쇼트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올해 초부터 LCD용 유리기판 사업을 준비해 왔다.

회사 관계자는 "2018년까지 유리기판으로만 연간 매출 2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며 "편광판,2차전지에 이어 또 하나의 성장동략이 마련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최근 광주시와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LED 생산설비를 대폭 확충하는 것을 골자로 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ED칩과 디스플레이용 부품에 각각 1513억원과 269억원을 투입한다. 모바일용 부품 부문에도 218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TV용 LED,휴대폰 카메라 플래시용 LED,조명용 LED 등을 대량으로 생산할 예정"이라며 "투자가 완료되면 현재 연간 9억개인 LG이노텍 광주공장의 LED 제품 생산량이 3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텔레콤은 하반기 신규 투자의 초점은 4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이다. 이미 올해 투자키로 계획한 6000억원 중 1100억원을 4세대 통신과 관련된 부문에 썼다. 상반기 중 1만6000여개의 중계기를 설치했으며 연말까지 4세대 이동통신 중계기의 숫자를 2만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기존 3세대 통신망을 보완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도시 등 새로운 이동통신 수요가 있는 지역에 300여개 기지국을 구축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설치 중인 3세대 이동통신 설비는 일부 부품만 교환하면 4세대 이동통신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비용 대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3~4세대 통신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장비들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