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2% 안팎의 고도 성장을 구가하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8%대로 떨어지고 있다. 성장률 8% 시대의 중국은 글로벌 기업들에 어떤 의미일까. 이 같은 성장률 하락은 단순히 글로벌 성장 엔진으로서의 역할 축소를 의미하는 것일까.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중국의 새로운 경제성장 이해하기'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올해부터 맞게 될 8% 성장률은 글로벌 불황에 따른 성장 둔화와 같은,일시적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산업시스템의 큰 틀이 바뀌는 구조적 변화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들은 8% 꾸준한 성장을 지향하는 중국 정부의 새 정책 방향과 이에 따른 시장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제외형,내년이면 일본 추월

중국은 성장 속도가 둔화됐지만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국가다. 여전히 글로벌 경제는 물론 개별 기업들도 지속 성장을 위해선 중국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골드만삭스는 올해부터 경제성장률이 8%대로 낮아지더라도 중국은 내년께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자리를 꿰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 찾아온 '8% 성장시대'는 중국경제 내부로부터 엄청난 질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을 견인했다면,앞으론 내수와 투자가 도약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한 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16%였지만 올해 이후엔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반면 가계와 기업,정부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높아질 전망이다.

◆커지는 정부 역할과 산업지형 재편


지난해 불어닥친 글로벌 불황은 중국경제의 수출의존도를 낮추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수출이 줄어든 탓이다. 반면 사회간접자본 확충 및 산업구조 재편 등에 초점을 맞춘 중국 정부 지출이 급증,가계와 기업의 소비수요를 늘리며 내수경제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중국정부는 앞으로 수년간 5860억달러 규모의 경기진작책을 펼치기로 했다. 소비자들의 지갑 두께가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가처분소득의 36%를 저축하는 가계의 예금자산이 3조5000억달러에 달할 만큼 여유자금도 풍부하다.

내륙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지역기업들의 성장도 빨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갖게 된 소비자군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도 소비시장을 키우는 배경이다.

경기진작책은 또 중국 내부의 산업재편도 가속화시키고 있다.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 정보기술 물류 등 핵심 산업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예산배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농촌지역 소비자의 가전제품 구매시 보조금을 주는 제도인 가전하향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정부는 또 연구 · 개발(R&D) 보조금제도와 친환경기술 개발 지원제 등을 통해 현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적극적인 모습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린다

최근 중국 알루미늄기업 치날코는 호주 광산회사 리오틴토 인수를 추진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정부를 등에 업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국기업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리차 등 중국 자동차회사들은 볼보 허머 등의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인수전에도 앞다퉈 뛰어들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인터넷기업 텐센트는 회사 설립 10년 만에 시가총액 200억달러 규모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대만과의 교류가 확대되는 것도 새 트렌드다. 경제분야에서도 빠르게 교류가 늘고 있다. 대만은 중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중간 관리자층과 품질 높은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중국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는 글로벌 기업들에 큰 도전이자 기회다. 정부 역할이 더욱 커진 만큼 정책의 영향과 파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친환경산업 지원 등의 정책을 잘만 활용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앞으로 중국은 과거와 같은 수출산업이 아니라 내륙지역 소비시장과 정부조달시장 등에서 큰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예로 중국이 추진 중인 보건시스템 개혁은 의료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시장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의 인수 · 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