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가 낮은 서민이 많이 이용하는 대부업체가 높은 대출 금리를 낮추도록 정부와 금융당국, 정치권이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영업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고 한편으론 자금 조달의 길을 넓혀 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2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등록 대부업체의 연 이자율을 현행 최고 30%에서 10%대로 인하하고 대부업체 등록 때 고정 사업장을 갖추도록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개정안은 대부업체가 법정 이자율을 넘는 이자를 받았을 때 초과분의 3배 이내에서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체 이자율을 약정 이자율의 1.5배 이내로 제한하는 법안도 제출돼 있다.

이는 경기침체로 저신용자의 사금융 이용이 늘면서 고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고 불법 고리 대부업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의 조사 결과, 20세 이상 성인의 5.4%인 189만 명이 대부업체를 포함한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고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금융시장 규모는 16조5천억 원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가을 정기국회에서 여신금융업법을 고쳐 소비자금융업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부업체가 소비자금융업체로 등록하도록 유도하고 제도권 금융회사와 같은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대신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게 되는 만큼 현재 연 49%인 등록 대부업체의 최고 금리를 낮추도록 지도할 수 있다.

등록 대부업체에 최소 자본금 규정을 두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감독과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이런 방안에 대해 얼마나 많은 대부업체가 동참할지는 불투명하다.

등록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 이자율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대부업체의 음성화를 부추길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단기 대책으로 대부업체에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허용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현재 연 13~15%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대부업체가 이보다 낮은 금리로 ABS를 발행하고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이 이를 인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대부업체의 조달 금리가 낮아지는 만큼 대출 금리를 인하하도록 약정을 맺게 하는 방식이다.

ABS 발행은 금감원의 직권 검사 대상인 92개 대형 대부업체(자산 70억 원 이상)에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형 대부업체와 중소형 대부업체 사이에 대출 금리 차별화가 이뤄지게 된다.

다만, ABS를 발행하려면 신용평가기관에서 신용등급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발행할 수 있는 대부업체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대출자로서는 이자율이 낮아질 수 있지만, 일부 대형 대부업체의 배만 불려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석승 대부업협회 회장은 "무작정 대출 금리를 낮추라고 하기보다는 조달 비용을 줄여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부업체가 고정 사무실을 두도록 하거나 최소 자본금 규정을 두는 것은 찬성"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 대부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단속.처벌하면서 대부업체가 금리를 내리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김호준 기자 kms1234@yna.co.kr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