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영업 · 마케팅 부서가 있는 서울지사에서는 요즘 점심시간마다 '바둑알까기'판이 벌어진다. 사내 체육대회나 단합대회처럼 강제성을 띠지 않는데도 600여명의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바둑판을 가운데 놓고 직급에 상관없이 삼삼오오 모여 즐기다 보면 친밀감이 생기고 스트레스도 확 풀린다고 한다. CJ 본사에서는 이달 초부터 2주일 동안 상품권 기능성 쌀 등의 상품을 걸고 '마구마구''서든어택' 등 인터넷 게임 대회를 열었다.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배려다.

LG생명과학 임직원은 '패밀리 데이'로 지정된 매월 둘째주 금요일엔 오후 5시 '칼퇴근'을 해야한다. 저녁회의나 야근,회식을 없애 가족과 함께 지내도록 하고 있다. '치어업 데이'인 넷째주 수요일엔 공연 영화관람 등 문화생활을 하도록 권한다. 직원가족이 보낸 편지를 사내 인터넷에 올리고 난임부부의 체외수정 시술을 돕는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교보생명은 3세 미만 자녀를 둔 직원은 하루 5~7시간만 근무시킨다.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오전 10시께 출근해 오후 5시면 퇴근할 수 있다. 아이들 교육이나 가정행사를 위한 '반나절 휴가제도'도 도입했다. 처음엔 대부분 눈치를 봤지만 이 제도를 활용하는 직원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가정(Home)과 직장일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배려하는 회사(Company),이른바 '홈퍼니(Homepany)'가 늘고 있다. 육아와 출산 지원,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확대,부드러운 회사분위기 조성 등이 그 골자다. 우리나라에선 초기단계지만 해외에선 이미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공보육제도를 일찌감치 도입한 스웨덴에선 남성이 육아휴가를 쓸 경우 보너스를 지급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일본도 불황일수록 가정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일과 가정의 조화를 위한 선언'을 얼마전 발표했다.

운영비용이 적지않게 들어가는데도 홈퍼니가 늘어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업무효율이 높아져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독일 헤르티에재단은 가족친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30%가량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가정도 가정이지만 회사에 오래 머물러야 성실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경쟁력은 편안한 가정에서 나온다는 말을 되새겨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