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는 세계인구의 52%(38억명)와 세계 교역의 26%를 각각 차지함으로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및 유럽연합(EU)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지역블록이 결성되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다. 만약 '동아시아 정상회의(EAS)'가 구상하는 16개국(아세안+한 · 중 · 일 · 인도 · 호주 · 뉴질랜드)의 '동아시아 공동체(EAC)'가 실현되는 경우 총인구 30억명,총 GDP 8조2000억달러가 돼 미국과 EU 중심의 기존 국제경제 · 정치 · 외교 질서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 발표한 '신(新)아시아 구상'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구상은 아시아의 경제 · 안보 · 문화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으로,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주요 무역대상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적으로 선언함으로써 한국이 역내 FTA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한 · 중 · 일 3국의 경제협력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잃어버린' 1990년대로 불리는 헤이세이 불황의 그림자를 완전히 털어내려는 일본,시장경제로의 전환과 WTO 가입으로 세계경제 체제로 편입한 후 세계 경제 · 군사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의 기본 틀을 개조하고 있는 한국은 공생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추구함으로써 동아시아 경제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와 무안군 등이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전남 무안군 '한 · 중 국제산업단지'는 향후 '동북아공동체'(NAC · Northeast Asia Community)를 지향하는 한 · 중 FTA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구나 이 산업단지는 자연스레 중화경제권과 연계될 수 있다. 중화경제권의 총수출규모는 2조달러를 넘어 일본의 2배,미국의 3분의 2에 달한다. '한 · 중 국제산업단지'는 동북아 공동체,나아가 동아시아공동체의 중심지로서 최적의 입지조건도 갖추고 있다.

중국정부의 최근 내수 경기부양책과 더불어 '한 · 중 국제산업단지'의 경제활동이 확대 · 심화됨에 따라 한국경제의 경기 회복 역시 가속화될 수 있다는 기대효과도 크다. 과거에는 한국기업이 중국으로 진출했으나,'한 · 중 국제산업단지'가 개발되고 나면 중국기업이 한국으로 진출하는 시대가 개막될 것이다.

과거에는 한국기업이 겨냥한 것은 중국의 수출시장이었으나 이젠 중국의 내수시장이다. 한국은 이곳에 입주하는 중국기업들과의 산업기술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중국의 내수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안군 '한 · 중 국제산업단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자세는 매우 '미온적'인 것 같다. 이것은 중국측이 국가적 사업으로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지난 6월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비공개 한 · 중 통상장관 회담에선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장관급)이 "전남 무안의 '한 · 중 국제산업단지'는 중국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니 한국 정부에서도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적극 협조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현재 한국경제는 최근의 글로벌 금융 및 실물 위기를 단지 극복하는 것으로 안주할 만한 상황에 놓여있지 않다. 한 · 중 · 일 3각 무역구조에서,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지 오래다.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국가들이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임양택 <한양대 교수ㆍ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