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염창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김모씨(35)는 재계약 기간이 점점 다가오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지하철 9호선 개통'이라는 대형 호재 때문에 전셋값이 단기간에 큰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가 살고 있는 전용면적 84㎡(공급면적 33평)형 아파트는 2007년 9월 전세계약을 맺을 때 1억70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2억원을 호가한다. 연초만 해도 전세시장이 불안하지 않아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전셋값이 뛰고 나니 난감해졌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자신의 출퇴근 여건을 고려하면 이사를 가기도 쉽지 않다.

주택시장에 여름 비수기가 찾아왔지만 전세시장 불안으로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25주 연속 상승세다. 지난 1월 마지막 주 이후 단 한 차례도 떨어지지 않았다. 국민은행 통계로도 서울 전셋값은 작년 하반기 3.8% 하락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 불안은 공급 물량 부족에서 비롯됐다. 올해 서울에서 입주하는 아파트는 3만여채로 예년(5만2000여채)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내년 입주 예정물량도 평년보다 적어 수급불안이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 가중되는 '전세난' 속에서 세입자들은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시세보다 낮춰서 재계약이 최선

전문가들은 2년 전과 비교해 전셋값이 올랐다면 집주인과 적당히 가격조건을 맞춰 재계약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재계약하면 통상 1000만~2000만원 정도 싸게 전세집을 구할 수 있다. 이유는 집주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김씨의 예를 들면 집주인이 2억원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려면 중개수수료(전세 1억~3억원 중개수수료는 0.3%) 60만원에다 도배나 장판 교체,집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100만~200만원이 들어간다. 이 정도의 이자소득을 얻으려면 금리를 연 5%로 했을 때 2년간 1000만~2000만원이 필요하다. 결국 이 금액만큼 싸게 해줘도 손해볼 일이 없다는 얘기다.

김씨 입장에서도 최악의 경우 집주인이 주변시세(2억원)만큼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해도 2억원을 주고 다른 집으로 옮기는 것보다 재계약이 유리하다. 김씨 역시 중개수수료가 더 들고 이사비용 등으로 통상 200만~400만원 정도는 써야 한다. 금리 연 5%를 적용하면 2000만~4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올려주는 것과 비슷한 액수다. 결론적으로 재계약하는 것이 세입자나 집주인에게 서로 유리하다.

재계약 시점이 돌아왔는데도 집주인이 가만히 있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를 '묵시적 갱신'이라고 하는데,계약 만료 1개월 전까지 별다른 요구가 없으면 세입자는 2년간 추가로 살 수 있는 법적인 권리를 갖게 된다. 의무적으로 살아야 할 필요도 없어서 2년 동안 원할 때면 언제나 집을 비울 수 있다. 이사 3개월을 앞두고는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입주 2년차 단지 노려라

재계약할 형편이 안돼 새로운 곳으로 떠나야 한다면 신규 입주 아파트나 입주 2년차된 아파트를 노려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올해는 신규 입주 아파트가 적기 때문에 2년차 아파트를 찾는 게 빠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올 하반기에 입주 2년차를 맞는 아파트는 모두 132개 단지 7만2413채에 달한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768채,도곡주공2차 재건축)가 포함되며,전용 59㎡(공급면적 24평 안팎)형 전세 시세가 3억2000만~3억5000만원 선이다. 강동구 암사동 프라이어팰리스(1622채,강동시영2단지 재건축)는 이달에 입주 2년차가 된다.

전용면적 84㎡(공급면적 33평 안팎)형 전셋값이 2억3000만~2억5000만원 정도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3696채,잠실주공3단지 재건축)은 전용 59㎡형이 2억8000만~3억2000만원,전용 84㎡형이 3억5000만~4억원 정도에서 전세 매물이 나온다. 성동구 금호11구역 서울숲푸르지오(980채)는 전용 101㎡(공급면적 40평 안팎)형이 3억~4억원이다.

서울을 벗어나면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진다. 동탄신도시에서는 9개 단지 6456채 모두 올 하반기에 입주 2년차가 된다. 반송동 쌍용예가 전용 84㎡형 전셋값은 1억1000만~1억5000만원이다. 고양시 일산2지구 휴먼시아5단지(1150채)의 입주 2년차 시점은 다음 달 말이다. 전용 84㎡형 전셋값이 1억4000만~1억5000만원이다. 용인시 동천동 동문굿모닝힐5차(1334채)는 10월 말에 입주 2년차를 맞는다. 전용 84㎡형 단일형으로 전셋값이 1억5500만~1억6500만원에 호가된다. 오는 9월 입주 2년이 되는 하남시 신장동 대명강변타운(1369채)은 전용 84㎡형 전세가격이 1억5000만~1억6000만원 선이다.

인천에서는 구월동 롯데캐슬 힐스테이트1 · 3단지 등 8934채가 다음 달로 입주 2년차를 맞는다. 입주 당시보다 전세가격이 3000만~4000만원 정도 올랐지만 재계약하는 세입자가 많아 물량은 적다. 구월롯데캐슬 전용 84㎡형은 1억2500만~1억3000만원 정도다.

◆재계약시 확정일자 꼭 받아야

전세를 얻으면 일단 확정일자를 받아야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동사무소를 찾아야 한다. 재계약할 때는 전세금 상승분이 얼마라는 사실을 기존 계약서의 뒷면이나 특약사항란에 추가로 쓴 다음 전셋값 추가분에 대해 새로운 확정일자를 받아둬야 한다. 이 때는 등기소를 방문해야 한다. 특히 재계약 전에 새로 설정된 근저당이나 가압류 가처분 가등기 등 권리관계 변동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기존 전세금은 계약서에 찍혀 있는 확정일자에 따라 계속 보호받을 수 있지만,그 사이 은행 근저당 등이 추가돼 있을 경우 증액된 전세 보증금을 나중에 되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전세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대한주택공사가 운영하는 전 · 월세지원센터(1577-3399,jeonse.jugong.co.kr)로 문의하면 변호사 은행원 상담원 등이 조언을 해 준다. 수원시 국민임대주택 홍보관에 있는 센터를 직접 찾으면 대면 상담도 받을수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