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인들이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 마트의 점포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사업 조정을 신청하고 사업자 등록증을 반납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인천슈퍼마켓협동조합은 17일 삼성테스코가 운영하는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천 옥련점(연수구 옥련동)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 조정을 신청했다. 이는 SSM 관련 첫 번째 조정 신청 사례다.

사업조정 신청이란 대기업이 중소기업 상권에 진출해 해당 기업의 경영 안정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정부가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연기하거나 생산 품목 · 수량 등의 축소를 권고하는 제도다. 중기중앙회가 사실 조사를 벌인 뒤 30일 내 의견서를 중소기업청에 제출하면,중기청은 사업조정심의회를 통해 90일 이내에 대기업에 사업장의 인수 · 개시 · 확장 시기를 최장 6년까지 연기하거나 생산품목 · 수량 · 시설 등을 축소하는 것을 권고할 수 있다.

이 조합의 문길용 상무는 "옥련점을 중심으로 반경 700m에 25개의 슈퍼가 장사를 하고 있다"며 "SSM이 들어오면 이들 상인은 생존에 큰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옥련점 개점을 앞두고 인근 상인들은 천막 농성을 벌이며 물품 반입을 저지해 홈플러스 측과 마찰을 빚어 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중기청의 심의 결과가 나와야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인근 상인들이 입구를 막아 옥련점의 개점 시기가 다소 늦춰지겠지만 이른 시일 내에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북 청주에서도 대형 마트의 24시간 영업에 반발한 재래시장과 슈퍼마켓 상인 200여명이 17일 청주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증을 반납했다. 이 지역 상인과 시민단체들은 홈플러스가 24시간 영업 철회 등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업증 반납 운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은 홈플러스 청주점(흥덕구 가경동)이 지난 5월부터 도내에서 처음으로 24시간 영업에 들어가자 불매 운동을 벌여 왔고 지난 15일에는 재래시장 상인 1000여명(경찰 추산 300여명)이 동시에 철시하기도 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