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 "컨디션 나쁠땐 친구와 메신저 수다떨죠"
"어제 오후 시간대는 스케줄을 잡지 않았어요. 친구들과 차 마시고 밥 먹고 수다 떨었습니다.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확 달아났어요. "

17일 서울 시내 대형 백화점 팬사인회 도중 짬을 내 인터뷰에 응한 지은희(23 · 휠라코리아)는 US여자오픈 우승 직후 밝힌 '친구들과 수다 떨기' 소원을 마침내 이뤘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건 올 시즌 목표인 '상금왕'을 향해 나아가는 것.하지만 지난 일요일 '메이저 퀸'이 된 이후 아직 골프채를 잡지 못했다. 빡빡한 스케줄 때문.그렇지만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별명인 '미키마우스'가 쏟아낸 '긍정 에너지'가 마구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호숫가에 부표를 띄우고 아이언샷을 연습한 '청평호 샷'에 대해 먼저 물어봤다. 초등학교 6학년 골프에 입문한 뒤 연습장에 갈 시간이 없을 때 청평호 앞에서 샷 연습을 한 게 이렇게 유명세를 타게 될 줄 몰랐다고 답했다. 그때 그 기억이 대회를 앞두고 연습할 때 정신을 집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은희는 US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 때 검은색 옷을 입었다. 이와 관련,"검은색과 파란색,흰색을 좋아해요. 그날 검정색이 타이틀 스폰서인 휠라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 같아요(웃음)"라고 말했다. 헤어스타일도 늘 짧은 단발머리 형태다. "한번 단발머리로 잘랐는데 편했어요. 다시 기르기가 쉽지 않네요. "

닭요리는 모두 좋아한다는 지은희의 요리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한번도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단다. "시키면 잘할 것 같은데…."

여자 골퍼로 정상에 오른 지은희가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면 뭘 했을까. 국가대표 수상스키 감독을 오래 맡은 부친 지영기씨의 영향으로 '수상스키 선수'라는 말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였다. "수상스키는 아마 취미로 했을 거예요. 어릴 때 과학과 수학을 좋아해서 공부에 매진하지 않았을까요(웃음)."

미국 투어 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장거리 이동이란다. 일요일 투어가 끝나면 짐을 싸서 비행기나 차로 다음 대회장소까지 곧바로 이동한다. 길면 6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늘 힘들다고.
지은희 "컨디션 나쁠땐 친구와 메신저 수다떨죠"
고달픈 투어 생활과 때때로 찾아오는 슬럼프를 이겨내는 건 긍정의 마인드였다. "늘 잘 치는 사람이 있나요. 타이거 우즈도 안될 때는 안됩니다. 그럴수록 더 연습을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

친구들의 응원도 빼놓을 수 없다. 투어 생활의 스트레스를 푸는 건 인터넷을 통한 친구들과의 대화.경기가 안될 때 국내에 있는 친구들과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분을 전환한다고.친구는 많은데 아직 남자 친구는 없다고 했다.

지은희는 다음 주 시작될 에비앙마스터스에 참가하기 위해 19일 아침 프랑스로 떠난다. 주변의 기대가 약간 부담스럽긴 하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에비앙마스터스나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상금왕에 오르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글=김진수 기자/사진=정동헌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