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마가 국지성 집중호우 양상을 보이면서 전국 곳곳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단군 신화에는 천신이 아들 환웅에게 3종의 보기(寶器)를 안겨 주고 풍사(風師) 우사(雨師) 운사(雲師)라고 하는 세 명의 직능신(職能神)을 딸려 보내 조선이라는 나라를 개국케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처럼 예부터 비와 바람을 다스리는 일은 그야말로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정도의 중대 사안이었다.

특히 제주도는 변덕스러운 날씨로 유명하다. 서귀포에는 폭우가 쏟아지는데 제주시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등 지역에 따른 편차가 심해 기상 예보가 쉽지 않다. 이 같은 날씨의 변덕을 정보기술(IT)의 힘으로 예측하고 제어할 수는 없는 것일까.

지난 6월 한국정보화진흥원과 기상청,제주특별자치도가 맺은 '그린 IT 기반 공공인프라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은 바로 그런 해법의 출발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제주도에서는 앞으로 더욱 정확한 기상 관측과 함께 동네별 맞춤형 일기예보가 가능해진다. 그 해법은 바로 '지능형 센서망(IP-USN · Internet Protocol-Ubiquitous Sensor Network · 초고속인터넷 IP 인프라에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를 통합한 것)'이다.

IP-USN은 그동안 재해 예방이나 기상,건물 관재 등에 산발적으로 사용하던 폐쇄적 유비쿼터스 센서망에 초고속 인터넷을 결합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제주도의 경우 지금보다 훨씬 조밀하게 IP-USN 기반 기상환경 관측시스템을 설치하고 여기서 취합된 온도 · 습도 · 강우 등의 정보가 DB화되면 향후 정밀한 기상 예측이 가능하다. 이 자료들은 또한 제주도 내 여러 방재기관의 재해 대응 시뮬레이션뿐만 아니라 온난화 대응 농업연구센터나 생물연구소 등 다른 기관의 환경 · 해양 · 생태 연구 자료로 공동 활용된다. IP-USN 기반의 환경 관측 허브,현대판 우사 · 풍사 · 운사인 셈이다.

센서 기반의 환경관측 시스템이 우리나라의 뛰어난 정보통신 인프라와 접목될 경우 한국은 향후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 및 자연 환경 변화 대응 시스템의 모범 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월 제주도에서 한 · 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렸다.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아시아 리더 국가로 발돋움하려면 아세안과 윈 · 윈 할 수 있는 실천적 '선물'이 필요하다. 특히 기상 관련 재난재해가 많은 동남아에 IP-USN 기반 환경관측 시스템은 최상의 선물이 될 수 있다.

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