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중략)


-노천명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오랜만에 기내식 한번 먹어봐야 하는 것 아니야.이번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휴가철.마음 속엔 벌써 휴가시계가 찰칵찰칵 작동 중이다.

이 시는 '웰빙 여행'의 광고 카피 같다. 낮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밤엔 실컷 별을 안고 잘 수 있다고 사람들을 홀리기 때문이다.

조그만 산골 마을의 이름 없는 여인으로 자신을 낮추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반세기 전의 '귀거래사'가 '웰빙찬가'로 들리는 건 세상이 그만큼 메말랐다는 증좌가 아닐까.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