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돼지고기 가격이 싸진다고 해도 국내산 돼지고기 수요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 "(팜스코 관계자)

"미국 · 칠레산과 유럽산 돼지고기 간의 경쟁이 될 것입니다. "(선진 크린포크 관계자)

한 · 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유럽산 돼지고기의 공세가 예상되지만 국내 업계에선 이상하리만치 잠잠한 분위기다. 2007년 한 · 미 FTA 타결 때 전국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반대시위가 일어났던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대한양돈협회 등 몇몇 단체들이 반발하고는 있지만 막상 돈육업체들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돼지고기 시장의 반응이 담담한 것은 국내산과 수입산의 소비시장이 비교적 뚜렷이 구분돼 있기 때문.특히 소비자들이 '국내산=안전'이란 인식을 갖고 있고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따른 학습효과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신호림 팜스코 마케팅실장은 "관세(25%)가 5~10년에 걸쳐 철폐되면 유럽산 수입량이 다소 늘겠지만 국내산은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있다"며 "심리적 영향으로 국내산 돈육 가격이 일시 하락할 순 있어도 큰 타격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유럽산 삼겹살의 도매가격은 1㎏에 5500~6500원으로 국내산(1㎏ 1만7000~1만8000원)보다 60~70%가량 낮은 수준이다. 선진크린포크의 이주일 양돈프로덕트 매니저도 "한우가 미국 · 호주산과의 경쟁에서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국내산 돼지고기도 안전성과 품질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오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 눈치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4일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때 여러 반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미국산 쇠고기의 위상이 크지 않다"며 "원산지 표시제와 이력추적제 등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는 수요 감소로 일부 백화점에서 퇴출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입육업체인 네르프의 이종경 대표는 "국내산을 선호하는 사람은 종전대로 국내산을 먹을 것"이라며 "수입산 돼지고기는 대부분 업소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주요 판로인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일반적으로 선박으로 운송하는데 15~25일가량 걸리고 냉동육이 80% 이상이어서 국내산 냉장 삼겹살에 비해 맛과 품질 면에서 밀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지난해 국내 돼지고기 시장은 국내산 78%(75만t),수입산 22%(21만t) 수준이다. 수입 돼지고기 중 EU산 비중은 30% 남짓한 수준이어서 시장 전체로 보면 점유율이 6~7%에 불과하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돼지 1300만두가량이 도축돼 모두 소비가 될 정도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한양돈협회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통해 "한 · EU FTA 체결시 예상 피해액이 10년간 1조800억원 이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익 양돈자조금관리위원회장은 "양돈농가가 FTA 타결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한 일인데 대책은 제시하지도 않고 외국에서 타결 발표만 했다"며 "사료값이 오르면서 작년 4분기에 양돈농가의 21.9%가 문을 닫았는데 유럽산 관세가 낮아지면 문 닫는 농가가 급속히 늘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진석/강유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