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 탓에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이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메세나협의회(회장 박영주)가 14일 발표한 '2008년도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은 1659억8000만원으로 2007년의 1876억6300만원에 비해 11.5% 줄어들었다. 이는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과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원사 등 총 629개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여 얻은 결과다.

문화예술을 지원한 기업 수는 469개사로 전년의 403개사에 비해 16.3% 늘었지만 지원 건수는 2389건으로 2402건이었던 전년에 비해 0.5% 줄었다. 이는 최근 기업들의 예술 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메세나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 수는 늘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기업들의 문화 예술 지원예산이 대폭 줄어든 결과로 보인다고 메세나협의회는 분석했다.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5년 연속 메세나 활동에 가장 많은 금액을 지원했다. 홈플러스,포스코,SK텔레콤,한화,KT&G,현대기아차그룹,현대백화점,하나금융지주가 뒤를 이었다. 두산과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처음으로 문화예술 지원 '톱 10'에 합류했고 2007년 10위권에 있던 삼성전자와 삼성화재해상보험은 각각 16위,12위로 밀려났다.

총 지원액 중 기업 출연 문화재단의 지원 금액은 469억원으로 전체 지원액의 28.3%를 차지했고 삼성문화재단이 2007년에 이어 작년에도 가장 많은 금액을 지원했다. 2위는 LG연암문화재단,3위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차지했고 4위는 CJ문화재단,5위는 대산문화재단이었다. 지원 분야 가운데 문화예술교육에 가장 많은 375억원이 투입됐고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예술 시설 인프라 지원비로 351억원,기업의 건축물,벽화,조형물 전시 등 미술 분야에 305억원 순으로 지원됐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에 지원된 금액이 전년의 197억원에 비해 대폭 증가한 것은 백화점 할인마트 등 유통업계의 문화센터 고객 대상 문화예술교육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악,전통 · 민속,문학,영상 등의 지원금은 10억원대에 머물러 소외 장르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주 메세나협의회 회장은 "기업의 예술기부금 세액공제,기업의 문화접대비 한도 확대 등을 담은 메세나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작은 예술단체,소외된 예술분야까지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