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이동'의 저자인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는 미국의 유명한 컨설턴트이다. 그는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문제에 관해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해왔다. 많은 컨설턴트들의 주장이 일회성으로 반짝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슬라이워츠키의 연구는 기업간 경쟁의 본질을 정확히 짚고 있다.

기업의 가치는 언제나 시대에 뒤떨어진 사업설계에서 고객의 관심사항을 더 잘 충족시키는 새로운 사업설계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항공 산업은 치열한 경쟁 때문에 낮은 수익에 시달렸지만,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는 꾸준히 높은 수익을 유지했다. 유통산업의 경우 전통적인 백화점들은 시장가치가 정체되거나 감소한 반면,월마트 홈디포 등 새로운 유통업체들의 가치는 급증했다.

이처럼 기업 가치는 한 업종에서 빠져나와 다른 업종으로 옮길 수도 있지만,같은 업종 내에서도 전혀 다른 사업설계를 가진 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가치이동의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기업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저자가 책에서 제시한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경쟁 시야의 확대가 필요하다. 업계의 규범 때문에 경쟁의 장을 지나치게 좁게 보는 '터널 시야'를 버리고,시장을 360도 전방위적으로 보는 '레이더 스크린 시야'를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터널 시야에서는 시어즈나 JC 페니 같은 전통적인 소매업체들만 보이지만,레이더 스크린 시야로 보면 월마트나 타게트는 물론 오피스디포나 서킷시티 같은 특정 카테고리 업체들과 홈쇼핑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경쟁영역을 파악할 수 있다.

둘째,새로운 사업설계를 만드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이때 사업설계란 고객에게 이익을 제공하고 그 활동으로부터 수익을 내는 기업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의미한다. 과거 도요타나 맥도날드가 그랬듯이 비록 첨단기술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사업설계를 통해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기존 업체들이 방심하는 사이 새로운 사업설계의 기회를 신생 업체들에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가치이동은 경쟁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고,경영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시장 원리일 것이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