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의 세금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소신 없이 갈지자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회복을 위해 감세(減稅)를 주된 정책 기조로 삼던 당정은 올 들어 세수부족 우려가 대두되면서 증세 기조로 돌아서는가 싶더니,최근에는 다시 '부자 증세,서민 감세'로 방향을 트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상속 증여세 인하 문제다. 정부는 2010년부터 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한나라당은 최근 '부자 감세'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세율인하를 올해 중에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당정은 또 감세로 세수부족이 우려되자 비과세 감면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가,서민과 중소기업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이 일자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감면을 집중적으로 줄이는 쪽으로 노선을 수정했다. 소득공제에서도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와 서민 · 중소기업에 대한 감세로 정책기조를 전환하는 느낌이다.

문제는 수시로 바뀌는 조세정책이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는 점이다. '부자 증세,서민 감세'로 바뀌고 있는 정부 여당의 최근 기조가 대통령이 얼마전 밝힌 '중도 노선' 내지는 서민 끌어안기와 무관치 않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 여당은 오는 10월 치러지는 재보선과 내년 상반기의 지자체장 선거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상황이다.

물론 세금은 그 자체가 매우 정치적인 것이다. 그렇지만 조세정책이 정치에 매몰돼 포퓰리즘으로 흐를 경우 안정적인 재정 확보와 경기조절이라는 세금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조세정책에는 일관성 유지가 중요하고, 특히 지금처럼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부의 세금정책이 우왕좌왕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오히려 키워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런점에서 정부 여당은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고 정책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기존의 감세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는 세수 감소의 우려가 있지만 감세로 경기가 살아날 경우 세수는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 조세정책이 지나치게 좌고우면할 경우 경기회복 불씨마저 아예 꺼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