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1300~1400선이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투자해 원금 회복 국면에 놓인 펀드의 환매는 1차적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형펀드 환매는 지수가 1300선을 넘어선 후 본격화돼 지난 4월7일 이후 이달 9일까지 4조9078억원이 환매되면서 이 기간 자금 순유출 규모는 1조3233억원에 달했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달 잠시 지수 1300대 중반까지 밀렸을 때는 신규 자금 유입이 유출보다 많았으나 1400선 위로 올라서면서 다시 환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수 1400대를 회복한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6일째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 유출이 이어졌다. 이 기간 자금 유입은 2588억원에 그친 반면 환매는 4714억원으로 2126억원이 순유출됐다. 펀드 내 자금이 조금씩 빠져 나가곤 있지만 순유출 규모는 하루 평균 350억원 정도로 크지 않은 편이다. 지난 5월의 경우 28일에 3400억원이 순유출되는 등 하루 평균 500억원 넘게 빠져나갔다.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는 좀 더 이어질 수 있지만 1차 환매는 조금씩 진정될 것이란 지적이다. 현대증권이 2002년 6월 말부터 올 6월 말까지 지수대별 펀드 순유출입 동향을 조사한 결과 지수 1300~1400선 사이의 자금 중 추가로 환매될 자금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이 지수대에서 순유입된 국내 주식형펀드는 15조6000억원이었다"며 "여기에서 이미 30% 정도는 손바뀜(투자자 교체)이 일어난 데다 적립식(8조6000억원 수준) 등을 감안하면 환매 가능한 금액은 1조7500억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중 이달 들어 4700억원이 환매돼 남아있는 환매 예상 규모는 1조2000억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1400~1600선 사이에서는 환매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배 수석연구원은 "적립식에서 어느 정도 추가 환매가 나오느냐가 관건"이라면서도 "예상되는 환매 금액이 크지 않은 데다 신규 자금 유입을 감안하면 수급에 큰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기금이나 사모펀드 중심의 기관성 자금도 환매가 어느 정도 일단락된 상태로 분석됐다.

2차 환매는 지수 1600선 위에서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수 1600~1700선의 5조7000억원을 포함해 2002년 6월 말 이후 43조원이 1600선 위에서 순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증시가 이 지수대를 회복해 투자 원금을 넘어서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한 환매 욕구가 일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차익실현성 환매까지 더해지면 1600선 위에서는 주식형펀드 환매는 또 한차례 고비를 맞을 것이란 지적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