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협회 '비전 선포식' … 한경 '테샛' 국가 공인 받을 듯
[Focus] 중·고교 경제 시간 크게 늘어난다… 시장논리 대폭 강화
시장경제 논리가 반영된 중고생용 경제 교과서가 새로 만들어지고 경제교육 시간도 대폭 확대된다.

또 한국경제신문 주관의 경제지력테스트인 '테샛(TESAT)' 등 경제이해력 검증시험에 대한 국가공인 절차가 빠르면 연말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경제교육협회(회장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주관으로 '경제교육 비전선포식'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경제교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 경제이해력 검증시험 '국가공인'

정부는 민간이 시행하는 경제이해력 검증시험에 대한 자격 인증 체계를 일반 자격 시험과는 별도로 심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국내에서 민간이 주관하고 있는 경제이해력 검증시험은 현재로선 한경의 '테샛'이 유일하다.

테샛(Test of Economic Sense And Thinking)은 전 국민의 경제이해력 향상을 돕기 위해 지난해 11월 처음 도입된 시험이다.

세차례 치러진 시험에 1만여명이 응시했으며,국내 최고 수준의 경제학자 30명이 출제한다.

정부는 또 인증시험 공인과 별도로 민간 단체에서 진행 중인 각종 경제교육 프로그램(비영리 위주)에 대해서도 핵심 개념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심사해 프로그램 인증을 추진하는 한편 우수 프로그램을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로 선정,확산을 유도키로 했다.

지역별 경제교육을 담당할 지역경제교육센터(현재 9개)를 추가 지정해 재정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시장경제 원리와 실생활 경제를 강화한 경제교과서 개발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재정부 등 7개 단체에서 집필해 경제교과서를 보완하고 교사용 지도 자료를 전국에 2만4000부 보급한다.

또 사범대학 및 교직 이수 과정에서 경제과목 확대를 권장하고 중등 사회과 교사를 대상으로 국내외 연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문지식과 실물경제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 교과에 경제전문가 공동수업을 도입하고 경제 유관기관에서 인력풀을 구축하는 한편 사이버 연수환경 조성,교사 연구 · 경진대회,학생 경제체험 및 경진대회 개최 등을 추진키로 했다.

⊙ 학교를 경제교육 중심으로

정부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경제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경제 교육 시간이 대폭 늘어나고 사회과 교육과정도 체계적으로 바뀐다.

우선 2011년부터는 고등학교 1학년 경제교육 시간을 연간 31시간에서 51시간으로 늘릴 예정이다.

사회과목 내에서 수업시간이 10시간에서 20시간으로 늘어나고,교육과학부가 시 · 도 교육청에 학교 재량활동 10시간을 경제교육에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교육과정은 현재 중3에서 경제기초 미시경제 거시경제를 두루 배우고,고1에서 정의 세계화 삶의질 인권 문화 등 5개 통합주제를 배우게 돼 있다.

이게 앞으로는 중3에서 경제기초와 미시경제만 배우고 고1에서 거시경제를 학습하는 것으로 바뀐다.

학교에서 재량 · 특별활동 시간을 활용해 경제 특강,비즈쿨,기업체험 등 실생활 경제체험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내 주요 산업 현장을 방문하거나 경제전문가를 초청해 강의하며,대한상의 등 주관으로 향토기업과 희망 학교를 연계해 연 1회 기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진로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해 '직업세계 체험 주간'을 활성화하고 성공한 직업인 멘토링 시스템도 갖추기로 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에 각각 맞춤형 '진로 정보망'도 구축한다.

⊙ "경제교육은 시장경제 디딤돌"

'일상의 작은 노력,세상을 사는 큰 지혜'.

이것은 경제교육협회가 이날 공개한 경제교육 비전이다.

이날 비전선포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한 정부 인사들은 한 목소리로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대신 읽은 기념사를 통해 "경제위기를 맞아 자유시장 경제 가치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미래 경제성장 잠재력 확보는 물론 국가 개혁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어릴 때부터 경제관념에 대한 교육을 한다"며 "우리도 늦었지만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경제교육시스템을 만들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우리는 시장경제에 대한 호감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고 심지어 반시장 경제적 정서까지 있다"며 "경제교육 강화로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전세계 백만장자의 20%가 유대인인데 이는 유대인이 어릴 때부터 돈 관리나 정직,신뢰 등 가치를 교육하기 때문"이라며 "경제교육은 시장 경제와 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디딤돌"이라고 밝혔다.

곽 위원장은 잘못된 경제인식으로 경제성장률을 까먹는 대표적 사례로 과소비 논란을 들었다.

그는 "경제가 나쁠 때 과소비한다고 떠들면 안된다"며 "경제 위기 때 허리띠를 졸라매면 오히려 소비가 위축돼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소득을 벗어난 소비는 2002년 카드사태처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이날 비전선포식에는 윤 장관을 비롯,이주호 교과부 차관,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황영기 회장,윤용로 기업은행장,이종휘 우리은행장,김상열 대한상의 부회장,정병철 전경련 부회장,황건호 금융투자협회 회장,노태식 은행연합회 부회장,이우철 생보협회 회장,이상용 손보협회 회장,김인준 한국경제학회 회장,문승래 경제교육학회 회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