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中企人] 김동환 길라씨앤아이 대표 "지재권만 300여개 발명가라 불러 주세요"

길라씨앤아이의 김동환 대표는 발명가다. 1987년 회사를 창업한 이래 발명과 함께 20년 넘는 세월을 보냈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자'는 철학으로 골방에서 발명에 임해왔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가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만 300여개에 이른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반디라이트펜'과 '도로표지병','반디시크리너'다.

반디라이트펜은 어두울 때 따로 불을 켤 필요없이 글을 쓸 수 있는 볼펜이다. 볼펜심 주위에 불을 밝혀 캄캄한 곳에서 아무런 불편없이 글을 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도로표지병은 차량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깨지거나 비올 때 잘 보이지 않아 무용지물이다시피 한 기존 제품과 달리 깨지지도 않고 악천후에도 운전자의 눈에 잘 보이며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 환경오염도 없는 장점이 있다. 반디시크리너는 전봇대나 담장에 불법 스티커를 붙이지 못하게 하는 스프레이 타입의 투명 코팅제다.

이들 제품은 김 대표가 역경 속에서 탄생시킨 것들이어서 더욱 값지다. 김 대표는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아 4급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인생에 대해 결코 포기하거나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노점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택시운전 건설현장근로자 영업사원 등 먹고살기 위해 안해본 일이 없다. 이렇게 가장 밑바닥에서 보잘것없이 시작했지만 최고의 발명가로 이름을 남기고 있는 그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사업전환 자금을 지원받아 1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발명품을 들고 돌아왔다. 다름 아닌 파리 잡는 '파죽기'다. 파죽기는 파리가 좋아하는 냄새를 내는 누룩을 주원료로 하는 유인제를 특수 제작한 통 속에 넣어 밝은 빛을 좋아하는 파리의 생리적 욕구를 이용해 잡는다. 유인제는 통 속에 한 번 넣으면 통상 30일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유인제만 새것으로 넣어주면 돼 포획기구는 재사용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파리 개체 수가 많은 곳에 설치하면 1주일 만에 2ℓ들이 용기(약 4만마리)가 가득 찬다"며 "제품의 기능에 대해서는 강원대 부설 연구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강원대 부설 연구소가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축사 현장에 설치하고 실험한 결과 포집된 파리 개체 수가 타사(수입산 포함) 제품에 비해 최대 5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파죽기는 지난달부터 판매에 들어가 지금까지 2ℓ들이 용기 2만개 이상을 팔았다. 소비자 가격은 2만3000원.주로 돼지 소 닭 오리 등의 사육농가에서 구입해 간다. 최근 들어서는 쓰레기집하장에 설치하기 위해 구매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현재의 크기로는 감당이 안 된다며 대용량 제작을 요청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10ℓ들이 용기를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바이어들의 요청으로 일본 미국 필리핀 등 10여개국에 파죽기 견본품을 보내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파죽기는 출시 한 달여 만에 해외에서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조달청과 유엔 조달본부에서 파죽기 구입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대규모 수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현재 모기를 잡는 '모죽기'도 개발이 완료돼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앞으로 곡류 과일 등의 성장을 해치는 해충을 잡는 '해죽기'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