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경기 용인에 있는 두산기술원을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비싸더라도 소비자들이 사갈 수 있는 우리만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독자적인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시장을 선도하는 고부가가치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두산이 인수를 추진 중인 체코 업체 스코다 파워(Skoda Power) 역시 터빈 제조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두산이 스코다 파워 인수에 나선 것은 발전설비 분야의 일관 생산체제 구축을 위해서다. 올초부터 스코다 파워와 인수 협상을 진행,유럽 현지 금융권으로부터 인수자금의 절반가량을 끌어오는 등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두산이 이처럼 다시 해외 기업 인수 · 합병(M&A)에 시동을 건 것은 바로 2007년 인수한 미국 건설장비 회사 밥캣에 대한 유동성 우려를 말끔히 해소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달 재무적 투자자(FI)와 함께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두산DST 등 3개 계열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유동성 해소 방안을 내놨다.

방위산업 업체인 두산DST를 비롯해 병뚜껑 제조업체인 삼화왕관 사업부문,KFC와 버거킹을 운영하는 SRS코리아,KAI 지분(20.54%)을 총 7808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를 통해 총 78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지난해부터 두산을 괴롭혀온 밥캣으로 인한 유동성 논란을 '선제적으로' 잠재운 것이다.

두산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눈부신 사업성과도 거뒀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이란에서 약 1200억원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용 배열회수 보일러(HRSG) 8기를 수주한 데 이어 베트남에서도 700억원 규모의 HRSG 2기를 수주했다. 베트남 두산 비나(VINA) 생산공장도 지난 5월 종합 준공식을 하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앞서 지난 4월 지주회사 체제로 공식 전환하면서 그룹 체질도 개선했다. 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로 공식 전환함에 따라 투명한 지배구조로 핵심사업 집중과 기업가치 증대에 주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