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자동차 연비 규제를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시급히 차량의 연비 성능을 끌어올려야 하는 실정에 놓였다.

주어진 시간 내에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차량을 만들어내야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갖춰야 할 것들을 다 구비한 차를 만들면서도 연비 성능을 고무줄 늘이듯이 향상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까지 연비를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 왔고 실제로 `진화' 수준에 가까운 성능 개선을 이뤘다는 점이 업체들이 자신감을 갖는 근거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는 10여년 전 모델과 비교할 때 연비 성능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아반떼 1.5 모델의 연비는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12.5㎞/ℓ였다.

반면 최근에 시판되는 아반떼는 통상 가솔린 1ℓ로 15.2㎞를 달릴 수 있으므로 연비가 2.7㎞/ℓ나 향상된 셈이다.

특히 최근 모델일수록 각종 편의 사양과 전장부품이 확대 적용되면서 차량의 무게가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연비가 현저히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아반떼의 공차(空車) 중량은 1천173㎏인 반면 10여년 전 아반떼의 공차 중량은 1천95kg으로 차량의 무게가 80kg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쏘나타도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연비가 많이 좋아졌다.

현재 쏘나타의 연비는 수동변속기 모델이 12.8 ㎞/ℓ, 자동변속기 모델이 11.5㎞/ℓ로, 옛 `쏘나타Ⅲ'에 비해 각각 0.8㎞/ℓ, 0.6㎞/ℓ씩 연비가 향상됐다.

옛 쏘나타 모델의 공차 중량은 1천295kg. 현재의 쏘나타가 이보다 170㎏ 가량 늘어난 1천465kg이지만 연비는 개선된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처럼 괄목할 만한 연비 향상을 이뤄낸 데다 기술을 더 많이 확보한 만큼 향후 시행될 연비 규제가 부담스럽긴 해도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판단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연비측정에 사용되는 차량이 2003년부터 연비가 조금 덜 나오는 신차로 바뀌었지만 그 이후에도 꾸준히 연비를 향상시켜 왔다"며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해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차량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이달 아반떼ㆍ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2∼2013년에는 수소연료전지차, 가정에서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등을 생산하며 발빠르게 국제적인 연비 규제에 적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차체 경량화 작업과 가솔린 엔진의 연소 효율을 향상시키는 직분기술(GDI), 저마찰 오일펌프 기술 등을 개발하기로 하는 등 연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GM대우와 르노삼성도 본사의 친환경 차량 기술 개발 계획에 따라 정부의 연비 규제책에 대응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