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대표 김중겸)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발주한 2조1000억원 규모의 카란 가스전 처리시설 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했다. 이 공사는 사우디 동부 내륙 쿠르사니야에 천연가스 처리시설을 세우는 것이다. 현대건설이 이 공사를 수주했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협력업체들이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 까닭은 현대건설이 협력업체와 해외 건설 공사에 동반 진출하는 데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현대건설이 수주한 사우디 최대 규모의 가스처리 시설은 페르시아만 해상 유전지역에서 뽑은 천연가스를 하루 19억 입방피트씩 액화천연가스(LNG)로 정제할 수 있는 규모다. 협력업체들은 바로 이 대규모 플랜트 공사에 소재와 부품 및 엔지니어링 용역 등을 공급할 기회를 얻게 됐다.

앞서 현대건설은 이란 사우스파 초대형 플랜트 공사에 협력업체와 동반 진출했다. 또 자이와 복합화력발전소 및 쿠웨이트발전소 건설 등에도 협력업체와 동반 진출해 상생 협력을 실현했다.

올 들어 경기 하락으로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또다시 협력업체와의 거래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현대건설은 국내 협력업체들과 상생 협력 단계를 넘어 협업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이 시스템의 이름은 '하이 파트너(Hi-Partner)'다. 이 시스템은 △전자입찰 △전자계약 △전자세금계산서 △전자보증 △전자 대금지급 △협력사 정보 등 6단계를 완전히 전산화한 것이다.

이 덕분에 협력업체들은 부품 및 용역 제공에 따른 간접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현대건설은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했다.

협력업체가 자재 및 장비공급 업체인 2차 협력업체와 전자계약 및 전자대금 결제를 했을 때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저리의 운전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아울러 자재구매 등으로 인해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선급금을 조기 지원하기도 했다.

협력업체가 개발한 기술에 대해서는 포상을 해주는 제도도 마련했다. 연우피씨엔지니어링의 'MTS(Multi-tee-slab)를 이용한 지하주차장 복합화 공법'과 기묘토건이 제안한 'TCM 지하 연속벽 공법' 등 2개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바로건설기술의 'STM을 적용한 기초보강 공법' 및 홍지기술산업과 한양대가 공동 제안한 'CIP 연속벽 공법'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술은 원가절감 효과가 크고 즉시 적용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아 앞으로 현대건설 건축현장에서 우선 시공권을 부여받는다. 더욱이 우수기술 개발업체가 추가 개발을 요청할 경우 심사를 거쳐 현대건설과 공동으로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 필요한 경우 개발비용도 지원해줄 방침이다.

이미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특허를 획득한 사례도 많다. 삼보지질과는 철근망조립 지그를 공동으로 개발,특허를 받았다. 동광중공업과는 항타기랩하우징 장치를 공동으로 개발했다. 성신양회 등과는 초고강도 콘크리트용 시멘트 결합제를 개발,특허를 받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상생 협력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협력업체와의 거래 투명성 확립을 위해 '공개경쟁 입찰제'와 '저가심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자입찰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매년 시공실적,경영 상태,현장 평가,안전관리 등의 항목을 심사해 우수 협력업체를 선정한다. 우수 협력업체로 뽑힌 협력사는 현대건설이 발주하는 국내외 공사의 경쟁 입찰시 우선적으로 추천한다. 이 경우 계약이행 보증료율을 내려준다. 이처럼 인센티브를 통해 협력업체가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현대건설은 아파트 건설 관련 힐스테이트 협력업체와도 참신한 아이디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힐스테이트에 적용될 건축 설비 전기 분야에서 50여 가지의 다양한 신제품 아이템들을 발굴해내기도 했다. 덕분에 온수 냉수에 맞춰 컬러가 변하고 일정시간 미작동시 단수되는 최첨단 수전(水栓)을 개발해 보급 중이다. 건조 기능을 갖춘 욕실 타월걸이도 나왔다. 현대건설은 이런 방식을 통해 온천식 스파 기능의 다기능 욕조 등 주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제품을 힐스테이트에 적용시키고 있다.

이 밖에 골든키만 몸에 지니고 있으면 자동으로 인식해 문이 열리는 유비쿼터스 키리스(Keyless) 시스템과 차량의 위치를 자동으로 인식해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홈오토메이션에 전송하는 주차위치 정보 시스템도 보급한다. 주부들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는 최첨단 홈오토시스템 등도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통해 얻어진 새로운 아이템이다.

해외에서도 현대건설은 이란 남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 · 5단계 공사에서 세계 대형 플랜트 시설공사를 사상 최단 기간인 35개월에 완공해 현대의 실력을 다시 한번 세계 시장에 알렸다. 이는 가스전에서 뽑아 올린 천연가스 혼합물 가운데 유황과 염분 등을 제거해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이 시설은 당시 국내 업계 해외 수주 사상 최대 규모인 16억달러짜리 공사였다. 이런 대규모 공사에 협력업체와 함께 진출해 국내외 업계로부터 찬사를 받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카타르 쿠웨이트 스리랑카 싱가포르 리비아 등 현장에 동반 진출할 중소기업을 찾는 '해외 동반 진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이런 상생 협력을 통해 국내 및 해외 건설현장에서 협력업체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