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이 호전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삼성전자의 올 2 · 4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2조2000억~2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잠정집계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1 · 4분기 실적(4700억원)의 5배가 넘고, 시장 예측치(1조원 안팎) 대비 2배 수준에 달하는 것이어서 '어닝 서프라이즈'임이 분명하다. LG전자 등 같은 IT업종 기업들과 자동차 업종 기업들 또한 깜짝 실적을 보일 것이란 분석도 점차 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저력을 입증해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특히 지난해 4 · 4분기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7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전자가 단숨에 경제위기 이전 수준의 영업이익을 회복한 것은 놀랍기까지 하다. IT업종은 물론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한 만큼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것도 자연스런 이치다.

삼성전자가 발군의 업적을 기록한 것은 하락세를 거듭하던 반도체 LCD(액정패널) 가격 등이 오름세로 반전된 데 크게 힘입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글로벌 불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점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삼성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인식 아래 풀터치 휴대폰과 LED(발광다이오드) TV 등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프리미엄 마케팅'을 펼쳐 시장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과감한 조직 개편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한 것도 이익 실현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됐다. 휴대폰 반도체 LCD TV 등 각 사업부문이 모두 이익을 내는 사업구조가 정착된 것도 그런 덕분이다.

물론 경기회복을 낙관(樂觀)하긴 아직 이르다. 미국의 지난 6월 실업률은 9.5%에 이르러 26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기업 실적 또한 큰 폭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부담스럽고 환율(원화가치)이 언제 상승세로 돌아서며 우리 경제를 압박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잇단 '어닝 서프라이즈'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만 한다면 위기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더 많은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와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서 우리 경제의 활력 회복을 앞당기는 견인차가 돼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