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월이(Wall-E)' 등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득한 작품들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미국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기업 픽사(Pixar).지난 13년간 내놓는 작품마다 대박을 터뜨리며 '지구상에서 가장 창조적인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독창성의 전쟁터라고 하는 할리우드에서 선두를 지키며 말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픽사가 회사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외부에서 아이디어나 스토리를 사온 적이 없다는 것.순수하게 내부 직원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막강한 창조력,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픽사의 CEO(최고경영자)인 에드 캣멀은 "한 명의 천재가 내놓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보다 '작은 아이디어도 계속 자라게 하는' 창조적인 조직이 그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창조적인 조직이란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개 영화 제작사들에는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하지만 픽사에선 부서와 직급을 막론하고 모두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라도 애니메이션 개발팀을 꾸려 전권을 쥐고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회사 내에 '픽사 대학교(Pixar University)'라는 곳도 설치해놓고 있다. 이곳에서는 데생,수채화,조각,컴퓨터 프로그래밍,연기,애니메이션 제작 등 110개가 넘는 코스를 직원들이 스스로 선택해 배울 수 있다. 회계 담당자가 조각 공예를 배우기도 하고,그래픽 전문가가 연기를 배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자기 분야에만 시야가 매몰되지 않도록 한다.

픽사 대학은 다른 팀 및 여러 직급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업무도 이해하고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한다. 20명 남짓한 한 클래스에는 임원에서부터 조명 기술자,프로그래머,요리사,경비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이곳에서 서로의 과제와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도 구하고 토론도 한다. 일주일에 최소 4시간 교육을 받는다. 교육은 업무시간으로 인정될 만큼 회사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일일 리뷰회의' 제도도 있다. 팀마다 지금까지 작업한 상태를 회의에 참석한 다른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다. 참석자들이 새로운 시각에서 작품을 보고 이야기함으로써 다양한 아이디어가 추가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획기적으로 강화시킬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경우도 많다. CEO인 에드 캣멀조차도 수많은 참석자 중 한 명의 자격으로 종종 본인의 의견을 낸다.

픽사가 애니메이션 한 편을 제작하는 데는 보통 4~5년이 걸린다. 그 지루한 창조의 기간 동안 아이디어를 계속 살찌우고 키워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창의적인 한두 명의 '천재'가 아닌 '창조적인 조직'이다. 창조조직을 만드는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모두에게 권한을 주고,교육하며,의견 공유와 협력의 장을 마련하면 된다.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상무/박병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