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데서 하는 건 안하고 싶어요. "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한국 사무실.곳곳엔 큼지막한 사진이 걸려있고 귀에 익숙한 클래식 음악이 들릴듯 말듯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짙은 쌍꺼풀에 잔잔한 미소가 인상적인 방일석 사장(46).선릉 인근에 신사옥을 지으며 지하에 클래식 음악 전용관을 만든다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답이 이렇다. 얼핏 들으면 고집불통 같아 보이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올림푸스한국은 내년 2월이면 신사옥을 갖게 된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서 땅을 직접 사 사옥을 짓는 것은 드문 일이다. 방 사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하 1층과 2층을 털어 300석 규모의 클래식 음악 전용관을 갖추기로 했다. 공연장을 짓는 김에 공연기획 전문가 5~6명을 데려오기로 했다. "클래식 전용관을 짓는 데 전체 사옥 건립비의 절반 가까이 든다"면서도 방 사장은 내내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방 사장은 "문화공헌을 하고 싶다"고 이유를 짤막하게 설명했다. 디지털카메라와 의료장비 사업을 하면서 문화를 통한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했지만 국내에 클래식 음악을 편히 들을 만한 공간이 없는 게 너무 아쉬웠다고 했다. 그는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창의성도 높아진다"며 임직원들의 '창의력'개발을 위해서도 공연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앙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방 사장은 1988년 '삼성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올림푸스와 연을 맺은 것은 1990년대 말.삼성전자 일본주재원으로 갔던 그는 올림푸스의 한 경영진이 한국법인 설립을 그에게 문의하면서 인연을 쌓았다. 2000년 초 5명의 직원과 함께 자본금 60억원으로 올림푸스한국을 세우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디지털카메라를 소개했다. '나만의 추억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섞은 '마이 디지털 스토리'광고를 하면서 시장을 키운 이야기는 업계의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방 사장은 최근 하이브리드 디지털카메라인 '펜(PEN)'으로 제2의 시장을 만들고 있다. DSLR(일안반사식카메라)와 일반 디지털카메라의 장점을 모아 만든 이 제품은 올림푸스의 지난 90년 광학기술을 모두 모아 담은 야심작이다. 방 사장은 "내 좌우명은 '두려움 없이 준비하라'는 뜻의 무외(無畏)"라며 "시장의 어떤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작지만 강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