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창업 이래 구글은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 간편한 검색,웹 기반의 편집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들은 이미 구글의 간판이 됐다. 그런데 구글을 얘기하자면 에릭 슈미트 회장을 빼놓을 수가 없다. 혹자는 슈미트 회장을 가리켜 천재이거나 억세게 운 좋은 경영자라고 말하지만 필자는 소통의 달인이라는 명칭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래리 페이지와의 면접을 거쳐 2001년 구글 입성을 결정한 슈미트 회장의 행보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화려하면서도 독특하다. 27세였던 창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새롭게 갓 태어난 사업의 가능성과 미래 가치를 충분히 간파한 그는 기꺼이 대형 정보기술(IT) 업체인 노벨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떠났다. 미국의 IT 버블이 터지면서 인터넷 기업들이 혹독한 겨울을 겪고 있는 시기였음에도 그는 젊은 창업자들과 함께 구글을 세우고,구글 문화를 만드는 데 뛰어들었다.

그 사이 구글은 그의 리더십과 더불어 빠르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가족적인 분위기와 창조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는 변함이 없다. 적극적으로 외부 정보를 수용하고,다수의 지혜를 활용하고,토론을 활성화하는 그의 소통 방식은 구글 낙서로도 유명하다. 즐겁지 않으면 창의력이 나오지 않는다며 수영장,이발소까지 만든 구글플렉스는 회사라기보다는 마치 레저 타운 같다. 이는 소통을 위한 아이디어와 지식,열린 생각과 마음이 모두 하나가 되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고안한 커뮤니케이션 인프라이자 문화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구글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슈미트 회장은 분명 소통의 달인이지만,사실 소통의 달인은 누구든 될 수 있다. 여럿의 의견과 생각이 긍정의 방향으로 순환할 수 있도록 흐름을 만들어 준다면 말이다. 소통은 곧 흐름이다. 흐름이 원활해야 전방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차별과 편견이 있거나 자기 주장이 너무 앞서게 되면 소통 자체가 곤란에 빠진다. 그러나 이러한 주의사항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의 지나친 주장이나 신념이 소통의 장애가 될 때가 왕왕 있다. 특히나 자신의 이익과 상충될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때는 누구나 듣기보다는 말하려 든다. 들어도 듣는 척할 뿐 마음을 다해 진정성을 가지고 듣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양자 모두 얻는 것도 없이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다.

명쾌한 소통의 흐름은 자신의 모습을 바로 알고 배려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제 말은 그게 아니고요"라는 상대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서로 자신의 의견만 옳다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막는 것이 아니라 잘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통자의 역할이다. 그래야 비로소 화합과 일치,성장이라는 소통의 결실을 얻을 수 있다. 기왕이면 누구나 슈미트 회장 같은 소통의 달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방형 SK마케팅앤컴퍼니사장 lee@skm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