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이구환신(以舊換新)' 시장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동차에 이어 가전제품 부문에서도 중고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구입가의 10%를 보조금으로 되돌려주는 이구환신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저렴한 제품을 구입할 때만 지원금을 지급,중국 현지 업체에 혜택이 집중됐던 기존의 가전하향(家電下鄕) 제도와 달리 고가 제품에도 똑같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프리미엄 제품을 주로 팔고 있는 한국 업체들에 유리한 조치다.


◆최대 400위안 되돌려 준다

중국 재정부는 5일 홈페이지를 통해 중고 가전제품을 새 제품으로 바꿀 때 지급하는 보조금 액수와 보조금 지급대상 등을 명시한 '가전 이구환신' 실시방안을 발표했다.

보조금 지급 시한은 내년 5월31일까지로,지난달 1일 이후 가전제품을 구매한 중국인들에게도 보조금을 소급 지원하기로 했다. 시행 지역은 소득 수준이 높은 대도시와 해안 지역 성(省)과 시(市) 9곳으로 베이징,톈진,상하이,장쑤,저장,산둥,광둥,푸저우,창사 등이 포함돼 있다. 보조금 지급대상은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컴퓨터 등이며 최대 400위안(약 7만4200원)까지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 제도를 위해 총 20억위안(371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업체 중국시장 점유율 반등할까

가전하향도 처음 제도 시행이 결정된 지난해까지는 국내 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가격이 저렴한 제품으로 보조금 지급 대상을 한정하는 바람에 중국 기업들의 매출만 늘어난 것.한국 기업들의 1분기 중국 LCD(액정표시장치) TV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16.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7%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30~40% 정도였던 범용 제품과 고급 제품의 가격차이가 가전하향 정책으로 인해 두 배로 벌어졌다"며 "브랜드보다 가격을 우선시한 중국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외면하면서 한국 기업이 오히려 손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구환신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한국 기업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구환신이 시행되는 대도시와 해안지역에는 LG 브랜드가 잘 알려져 있다"며 "이구환신과 관련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이구환신이 시장 주도권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판매에도 탄력

중국 정부는 자동차 부문에서는 이구환신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6월1일부터 내년 5월31일까지를 시행기간으로 설정,배기량에 따라 대당 100만원 내외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지원을 받게 될 중고차 소유자들 대부분이 농촌의 저소득 계층"이라며 "주로 소형차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형석/박동휘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