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원에겐 비용절감위해 휴가 독려
"휴가철 은행은 은행장이 지키겠다"

'은행은 행장이 지킬테니 직원들은 눈치 보지 말고 휴가를 즐겨라.'

글로벌 금융위기가 계속되면서 은행권의 여름 휴가 분위기가 예년과 달라졌다. 은행장들은 여름휴가를 포기하거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직원들에 대해서만은 등을 떠밀어가며 휴가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행장들은 급변하는 경기 상황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할 뿐 아니라 하반기 경영계획을 구상하느라 휴가를 떠날 여유가 없다. 하지만 직원들에 대해선 '금융위기로 지친 심신을 달래라'는 배려와 함께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휴가 소진을 권하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는 금융당국에서부터 감지된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아직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의 경우 이달 2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내려가 21세기 경영인클럽에서 주최하는 '국제경제질서의 변화와 우리기업의 대응'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 은행장 중에선 김정태 하나은행장,국책 은행장 중에선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이 올해 여름휴가를 아예 포기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 등도 아직 휴가 일정을 잡지 못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만 "행장이 솔선수범해야 직원들이 마음놓고 휴가를 쓴다"는 소신 아래 내달 초 가족들과 경주 문화유산 탐방에 나설 계획이다. 이 행장은 이달 초 이 같은 계획을 공개하면서 직원들에게도 휴가계획을 미리 세우라고 공식적으로 권유했다.

우리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올해처럼 휴가 인심이 좋은 때가 없었다. 국민은행은 최대 5200명까지 자사 연수원과 호텔,콘도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통해 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리프레시 휴가제도'를 도입해 모든 직원이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외환은행은 연차휴가 가운데 연속 5일을 의무적으로 쓰도록 했다. 연월차 수당 등 인건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분석도 나온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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