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한국 경제는 완만한 속도의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라앉고 상반기에 집중된 경기부양책의 효과로 경기가 침체 국면에서 빠져나오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느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경기지표는 꾸준히 호전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5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올 들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6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도 전달보다 3포인트 오른 77을 기록,4개월 연속 상승했다. 기준선인 100에는 아직 모자라 향후 경기를 나쁘게 전망하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수치 자체는 지난해 6월의 7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 연구기관과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올해 한국 경제가 -3~-4%대의 역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였지만 최근 나온 전망치는 -1~-2%대가 대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제시했다. 이 연구원이 지난 3월 내놓은 -2.6%보다 0.7%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2.4%로 종전의 전망을 유지했지만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0.7%로 기존의 -1.0%보다 높여 잡았다.

외국계 투자은행 중에서는 모건스탠리가 -2.8%에서 -1.8%로 올린 것을 비롯해 씨티그룹(-4.8%→-2.0%),JP모건(-2.5%→-2.0%),골드만삭스(-4.5%→-3.0%) 등이 잇달아 전망치를 높였다. 우리 정부도 지난 4월 -2% 내외로 봤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최근에는 -1.5% 내외로 0.5%포인트 올렸다.

문제는 회복의 속도다. 전문가들은 2~3분기가 한국 경제의 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저점을 지난 이후의 회복 속도는 더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2분기를 저점으로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면서도 "열악한 대외 여건과 내수 침체로 경기 회복은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한국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조건들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상반기 평균 1351원이었던 원 · 달러 환율은 하반기에는 110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도 상반기에는 평균 도입단가 기준으로 배럴당 43달러에 불과했지만 하반기에는 70달러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의 혼란과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 등에서 나타나는 사회 갈등,북한의 핵위협도 불안 요인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의 더딘 회복세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최근 서유럽 주요 은행들의 위험자산이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유럽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주택대출 부실에 이어 신용카드 연체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당분간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소비조정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