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장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지해온 보수적인 경영 기조에 변화를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1일 은행별로 열린 월례조회에서 은행장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영업력 회복과 고객 기반 확대에 무게중심을 두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은행 간 영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이날 월례조회에서 "위기 속에서도 더 큰 성장의 발판을 다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지금의 시장 선도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우량 고객을 늘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특히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퇴직연금 유치는 우량고객을 증대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각 부서가 공조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행장은 이어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자산관리 부문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KB금융그룹 계열사 간 상호 협력을 통해 경쟁 은행을 앞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금융위기 이후 은행 내부 관리에 주력했지만 이제 고객과 시장으로 시선을 돌려 채널을 재정비하고 마케팅 역량을 강화,핵심고객층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은행 간 인수 · 합병과 산업은행 민영화 등으로 은행권의 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주택청약저축 등을 통해 확보한 새 고객들을 주거래 고객으로 바꾸어 나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직원들이 위기의식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도 '1등 은행을 만들자'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영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행장은 "단기 실적 위주의 관행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도 영업을 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정도 영업이 리스크를 무조건 회피하고 영업을 소홀히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영업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우리은행만의 핵심 대표상품 개발 △천편일률적인 프로모션 폐지 및 영업점 자율에 의한 영업 추진 △펀드 판매 시스템 개선 등을 제시했다. 그는 "일선 영업점에서 자발적으로 영업에 나서달라"며 "본부에서는 영업점 컨설팅과 코칭 기능을 강화해 현장을 돕겠다"고 밝혔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은행장 직을 걸고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회복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 행장은 "금융위기의 여파를 감안하더라도 상반기 적자를 낸 것은 답답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며 "지금부터는 다시 영업에 집중해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영업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반기에는 정기인사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은행장직을 건다는 각오로 하반기 흑자 전환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유승호/김인식/유창재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