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의 '해운대'(23일 개봉)는 국내 최초의 초대형 재난영화다. 총제작비 130억원을 투입해 해운대에 덮친 쓰나미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포착한다. 설경구 박중훈 엄정화 등 호화 진용의 중심에는 톱스타 하지원(31)이 자리한다. 동네 청년 만식(설경구)과 사랑을 나누는 횟집 주인 역을 열연한 하지원은 "쓰나미도 휩쓸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개봉 첫주 관객 수에서 '트랜스포머'를 누르고 싶어요. 할리우드 재난영화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색다른 재미가 있으니까요.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재난 장면이 메인이지만 여기에서는 재난을 이겨내려는 사람들의 소박한 얘기가 중심이에요. 쓰나미는 사람들이 오해와 갈등을 풀고 사랑으로 나아가는 수단이라 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누구나 잘 아는 해운대에 쓰나미가 닥쳤으니 피부로 느끼는 공포감은 더 클 겁니다. 그 이미지만으로도 소름이 돋아요. "

그녀는 윤 감독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단박에 수락했다고 한다. 해운대에 닥친 쓰나미란 설정이 너무나 흥미로웠기 때문.게다가 윤 감독의 코미디 '색즉시공'과 '1번가의 기적' 등에 출연하면서 그의 드라마에선 진정성을 느꼈다고.

"아빠가 쓰나미로 돌아가셔서 힘겹게 살아가는 무허가 횟집 주인 역이죠.처음에는 평소대로 메이크업을 했더니 주인이 아니라 손님 같다고 퇴짜맞았어요. 그래서 실제 제 얼굴보다 까맣게 메이크업하고 싸구려 티셔츠에 허름한 운동화,수건과 고무 장갑을 착용하니 그제서야 진짜 같더군요. 저와 만식의 갈등과 사랑은 쓰나미로 인해 새로운 전기를 맞아요.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 앞에서 진심을 드러내는 법이죠."

극중 이혼 부부로 등장하는 박중훈과 엄정화 커플도 비슷한 케이스.쓰나미 연구에 미친 학자로 분한 박중훈과 홀로 딸아이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엄정화는 7년 만에 재회하지만 쓰나미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다. 엄정화는 딸을 구출하는 장면을 촬영하던 중 발가락뼈가 골절되고,가슴뼈에 금이 갔다.

"저도 만식을 구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옆구리에 피멍이 들었어요. 강풍기와 물대포를 동원해 물줄기를 퍼붓는 와중에서 한 손으로 전봇대에 매달린 채 다른 한 손으로 만식을 구하는 장면이었어요. 만식 역의 설경구씨가 온 몸을 실어 제 손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온 몸이 찢어지는 줄 알았어요. 수조 세트에서 물에 쓸려가는 액션 신을 찍는 장면에서는 저보다 보조 출연자들의 고생이 더 컸을 거예요. "

사실 거대한 쓰나미 장면은 한국과 미국의 특수효과 팀이 동원돼 컴퓨터 크래픽(CG)으로 처리했다.

"상상만으로 연기해야 하는 게 어려웠어요. 쓰나미가 어디까지 와있는지 몰라 스태프에게 거듭 물어봐야 했어요. 카메라맨을 비롯한 스태프들도 동시에 느껴야 실감나니까요. "

그녀는 서른을 넘겼지만 결혼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자신에게 채워야 할 게 많고,해야 할 프로젝트들도 자꾸 생기다보니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변명.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