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에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50% 줄인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고, 나아가 선진국은 80%까지 삭감한다는 데 합의할 것이란 소식이다. 그러나 머나 먼 시한에 대한 선언보다 더 관심이 쏠리는 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회의다. 여기서 2012년 끝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 국제협약(포스트 교토협정, 2013~2020년)이 과연 타결될 수 있을 것인가.

현재는 어두운 소식과 밝은 소식이 함께 들린다. 어두운 소식은 주요국들 간 이견차가 여전한 것이다. 지난 10일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1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비판을 가하고 나섰다. 일본의 목표치는 1990년에 비해 8% 감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선진국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말하기 전에 2020년까지 1990년 기준으로 최소 40%를 감축하라고 강공책을 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간 입장차도 감지된다. 일본은 2005년 대비 15% 감축이면 EU의 13%보다 많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EU 시각은 다르다. 1990년 기준으로 보면 EU의 20% 감축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치라는 얘기이고, 이에 일본은 자신들의 경우 해외배출권 거래 및 산림 흡수량을 제외한 순수 국내 감축량만을 대상으로 했다고 반박한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베이징에서 온실가스 감축 실무협상을 벌였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는 것도 현재로서는 어두운 소식이다. 중국이 온실가스 한계치 규제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밝은 소식도 있다. 미국의 움직임이 그렇다. 미 하원에서 기후변화법안이 통과됐다는 것은 그 수준을 떠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교토의정서가 반쪽자리로 전락한 것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국이 이를 거부한 게 결정적 요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까지 2005년 기준으로 17%, 2050년까지 83%를 각각 감축하고,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다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자 상원에서도 빨리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자 토드 스턴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잃어버린 8년을 만회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한 첫번째 가시적 움직임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위기 때마다 미국은 새로운 룰(Rule)을 들고 나왔다. 대공황과 전쟁을 겪고 나서는 자유무역을,80년대 경제위기 때는 지식재산권을 강조한 것이 그렇다. 이번 위기 이후에는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새 룰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도가 보다 확실해졌다. 오바마는 지금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국제기준이 통용되는 공정한 경쟁,이른바 공정무역을 말하고 있다.

코펜하겐으로 가는 길이 비록 순탄해 보이지 않고,그 협상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도 미국이 그 길을 가겠다고 나선 이상 새 질서와 규칙이 사실상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또 하나의 큰 변수인 중국조차 밖에서 협상전략으로 대응하는 것과 달리 안으로는 온실가스 급증을 우려하고 새로운 환경 · 에너지 전략에 착수한 것을 보면 특히 그렇다. 타임지 최근호(인터넷판)는 미국,유럽,아시아 간 녹색전쟁이 이미 벌어졌다고 전한다.

안현실 <논설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