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19) 소비의 만족도 - 얼마만큼 소비하면 되겠니?

'돈이 얼마나 중요한가'라고 묻는다면 정치가이자 과학자였던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인 "There three faithful friends - an old wife,an old dog,and ready money"를 들려주고 싶다.



'돈을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궁금해 한다면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속담을 말해주고 싶다.

'어느 정도 소비하는 것이 좋은가'의 고민이라면 역사학자 토머스 플러는 "It is better to have a hen tomorrow than an egg today"라고 대답할 것이고,작가인 사무엘 존슨은 "Whatever you have,spend less"라고 주장할 것이다.



경제학자는 어떻게 대답할까?

돈을 버는 목적은 부자가 되기 위함이 아니다.



돈을 기반으로 한 소비,그리고 소비를 통한 만족(utility)을 느끼기 위함이다.



인간의 궁극적 만족은 소비를 통한 즐거움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돈을 벌까'라는 고민은 '얼마나 소비할까'라는 걱정과 다르지 않다.

만약 평생 벌 수 있는 수입을 알 수 있다면 죽는 순간에는 번 돈을 다 쓰고 남기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애초에 다 쓰지 못할 재산을 애써서 벌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리적 소비란 평생 벌 수 있는 소득을 계산한 후 이를 죽을 때까지 모조리 다 쓰고 죽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의 '토머스 플러'와 '사무엘 존슨'의 언급을 더 구체적으로 해결해야 합리적 소비가 된다.



즉,'오늘,내일,그리고 모레... 현재와 미래에 얼마만큼 소비해야 합리적인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와 미래를 위한 소비를 결정하려면 우선 내가 평생 벌 수 있는 소득을 계산해야 한다.



직장에 들어가면 평균 근속기간 및 연봉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평생소득을 예상할 수 있다.



평생소득을 계산했다 가정하고,이제 현재와 미래의 최적 소비량을 생각해보자.

우선 현재소비와 미래소비 사이에 상충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뭐 이해라는 거창한 표현도 필요치 않다.



평생소득은 주어져 있는데 현재 많이 소비하면 미래에는 조금만 소비하게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더 정확한 분석을 좋아한다.

미래를 위해 현재 소비할 양의 일부를 남겨둔다면,그 금액만큼 저축할 수 있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라는 추가적 수입을 가져다준다.



미래에는 원금에 이자의 증가분만큼 더 많은 소비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이자율이 올라간다면 사람들은 현재소비를 줄이고 미래소비를 늘릴 것이다.

그러나 현재소비를 줄이는 데 고통이 따른다.



왜냐하면 같은 조건이라면 사람들은 먼 미래에 벌어질 사건보다 현재 눈앞의 사건에 더 큰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즉,현재를 미래보다 더 선호하는 것이다.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건네면서 "오늘 줄까,내일 줄까"라고 물어보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심지어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말에서 보듯이 고통도 먼저 경험하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현재를 미래보다 더 선호하는 것을 '시간선호(time preference)'라고 부른다.



따라서 현재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 미래를 위해 이자수입이라는 수익을 올리는 한편,시간선호에 따른 현재소비의 즐거움은 포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이자수입과 시간선호의 효과가 상쇄된다면(여기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이론적으로 장기에 두 효과는 상쇄되어야 한다),이자수입이나 시간선호와 무관하게 현재와 미래소비 각각의 만족만 생각해 최적 소비량을 결정하면 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평생을 고려한 합리적 소비란 오늘과 내일,그리고 모레 모두 같은 양을 소비하는 것이다.



약간 더 거창하게 말하면 '추가된 현재소비 한 단위의 만족= 추가된 미래소비 한 단위의 만족'이 성립하면 합리적 소비라고 부른다.

만약 '추가된 현재소비 한 단위의 만족 > 추가된 미래소비 한 단위의 만족'이 된다면 만족이 큰 현재소비를 더 증가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현재소비를 증가시키면 추가된 한 단위 만족의 양 자체는 줄어든다.



햄버거를 1개 다 먹고 나서,다시 한 개 더 먹을 경우,그리고 또 한 개 더 먹을 경우 느끼는 만족의 변화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소비가 계속될수록 추가적 소비에서 느끼는 만족의 크기는 작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위 경우 현재소비를 증가시키면,현재소비의 추가된 만족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부등호는 등호를 향해 움직여 간다.



결국 균형에서는 등호가 성립할 것이며,반대의 경우도 같은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균형에서는 현재와 미래에 추가된 한 단위 소비의 만족이 같아야 하고,이는 현재와 미래에 동일한 소비량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말이 된다.



쉽게 말해 평생 소비를 고르게 나눠서 하는 것이 젊은 시절 너무 많이 소비하거나 너무 적게 소비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란 이야기인데,잘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평생소득을 살아갈 날로 나누면 자신이 매 기간 최적으로 소비할 양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합리적 소비를 위해 소비량을 항상 일정하기 유지하고 싶지만 젊은 시절에는 돈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소득은 젊은 시절에 크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커지는 경향이 있다.



그림은 한 개인의 소득과 소비의 변화를 나타낸 것으로,이 사람이 평생 벌 수 있는 총 소득의 양은 ㉡+㉢이며 은퇴 이후에 소득은 없다.



㉡과 ㉢을 더한 값을 사망시점으로 나누면 합리적 소비량 C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합리적 소비 C보다 소득이 작기 때문에 ㉠만큼 돈을 빌려 살아가야 한다.



그러다 C보다 소득이 높아지면 ㉢만큼 저축하며 시간을 보낸다.



저축한 돈(㉢)으로 젊은 시절의 빚(㉠)도 갚고 은퇴 후 노후(㉣)를 보내며 죽음을 맞이한다.

토마스 플러와 사무엘 존슨의 '절약'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두 현인은 우리에게 미래와 절약의 중요성만 역설하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얼마나 내일을 대비하고 얼마나 저축해야 하는지 까지도 이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젊은 시절에는 절약도 중요하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빚을 지는 것이 합리적 소비가 된다.



왜냐하면 평생 소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만족을 가장 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러 걱정이 스친다.



언제 직장에서 쫓겨날지 모르기 때문에 은퇴 시점을 알기 어렵다.



젊은 시절에 돈을 빌려야 하는데,은행이 나에게 돈을 빌려줄 것 같지 않다.



그뿐인가? 심지어 점쟁이도 자기 죽을 날짜를 모르는데…

차성훈 KDI경제정보센터 전문원 econcha@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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