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트리플'에서 첫 연기 도전
최백호 "딱 내 얘기라 출연하게 됐어요"
"그냥 물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사는 게 좋아요"

MBC 수목드라마 '트리플'에 출연 중인 가수 최백호(60)를 서울 여의도의 한 선술집에서 만났다.

염색하지 않은 하얀 머리칼이 흘러가는 세월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살려는 그의 인생관을 반영하는 듯했다.

"연기 도전이요? 하하. 아니예요. 연기도 아니고 도전도 아니예요. 전 도전이나 계획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고' 식으로 살거든요. 그냥 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출연하게 된 거예요"

그럼 어떻게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을까.

"3월인가 4월인가. 김창완씨가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전화를 해선 다짜고짜 '드라마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트리플' 감독인 이윤정 PD를 바꿔주더라고요. 어영부영 다음날 아침에 이 PD를 만나 역할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딱 제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 하게 됐죠"

어떤 점이 '내 이야기다'라고 느꼈는지 물어봤다.

"경상도 사투리 쓰고 딸이 하나 있고. 저도 25살짜리 딸내미가 하나 있거든요.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깐 재미있더라고요. 제 이야기니깐 굳이 연기를 안 해도 되고. 심지어 원래 암기도 잘 못하는데 워낙에 제 생활과 닮아있어서 그런지 신기하게도 대사가 술술 잘 외어지더라고요"

촬영하면서 생긴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같이 나오는 김상호씨와 대사 연습하면서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를 하기도 해요. 연습 없이 그냥 애드리브 할 때도 있고요. 지난번엔 김상호씨가 침대에 앉아 좋아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원래 대사가 없었거든요. 카메라가 돌아가니깐 김상호씨가 갑자기 '이 침대에 누가 자나'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얼떨결에 '아이고, 이 촌놈아'라고 대꾸했어요. 그게 방송에 그대로 나가더라고요. 하하"

본인의 연기를 100점 만점에 몇 점 정도 줄지 궁금했다.

"55점? 하하. 라디오 진행 때문에 본 방송을 보지 못하고 다시보기로 가끔 제가 나오는 장면만 뽑아서 보는데 첫 출연치곤 잘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영국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하고 있는 딸도 '자연스럽다'고 칭찬하더라고요"

드라마에서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아버지 역할을 자연스럽게 연기해 여기저기서 캐스팅 제의도 많이 들어왔을 것 같다.

"방송 나간 뒤에 다른 곳에서 캐스팅 제의가 왔어요. 그런데 역할이 유부녀를 놀려 먹는 동네 안경집 주인이더라고요. 촬영 시간이 많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저랑 달라 잘해낼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정중히 거절했죠"

그는 드라마에 출연한 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중년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알아보더라고요. 지난번엔 20대 여성이 알아보고 사인을 부탁하더라니깐요. 기분이 좋았죠. 동시에 앞으로 행동거지를 조심해야겠구나 싶었어요"

그는 앞으로 그림 전시회를 가질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하나 둘씩 소일거리 하듯이 그린 게 있어요. 그걸 모아서 전시회나 할까 생각 중이에요. 계획이라기보다 집이 하도 좁아서 누가 좀 사갔으면 해서요.하하"

역시 그의 말대로 꽉 짜인 계획이 아니라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고' 식이다.

"아, 그리고 올해 60세 기념으로 콘서트를 할까 생각 중인데 사실 뭐… 환갑이 되는 내년에 할 수도 있고. 아까도 말했듯이 전 계획을 짜고 거기에 맞춰 사는 걸 못 한다니깐요.하하"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