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젤은 사자보다 늦게 달리면 잡아먹히고 사자는 가젤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 가젤이건 사자건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질주해야 한다. "

김쌍수 한전 사장이 평소 즐겨쓰는 '가젤과 사자론'이다. 가젤과 사자론은 지속적인 정신무장을 강조하는 김 사장의 혁신 마인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LG전자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는 김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경영혁신 전문가다.

작년 한전 사장으로 취임한 직후 실행에 옮긴 대대적인 인사혁신과 조직슬림화 바람은 이미 공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 사장은 24처89팀이던 본사 조직을 21처70팀으로 줄이는 한편 송전 · 배전 · 판매 등 사업소 업무를 총괄하는 통합형 독립사업부제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회사 내 전 직위에 대한 공개경쟁 보직제도를 실시,팀장급 이상 직원의 40%(438명)를 교체하고 보직경쟁에서 탈락한 직원은 무보직 발령을 내리는 등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사시스템도 접목시켰다. '공개경쟁 보직제'는 민간 CEO 출신인 김쌍수 사장이 청탁,로비,내부 연줄 동원 등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핵심 개혁작업이다.

한전은 인사제도 개선과 함께 내 · 외부 청탁,골프 접대,금품 · 향응 수수 등의 행위가 적발되면 승진 자격을 박탈하고 직위해제까지 할 수 있는 징계 규정도 마련했다. 승진 대상자들로부터는 이 같은 방침에 동의한다는 청렴서약서도 받았다.

한전의 경영혁신 시스템은 본사 20층에 있는 TDR(Tear-Down & Redesign)팀에서 구체화된다. 김 사장이 조직 구성을 진두지휘한 TDR팀은 문제를 손에 잡히는 수준까지 완전히 파헤치고(Tear-Down),시스템과 생산방식을 재구성(Redesign)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2만370여명의 직원 중 선발한 정예요원 350명이 근무하는 경영혁신의 산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TDR 시범과제로 보고문서 간소화,노후 변압기 교체기준 개정,변전소 소형화 등 3건을 추진해 1117억원을 절감했다. 올해는 133건의 과제를 신규 발굴해 추진 중이다.

10여년간의 CEO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정리해 놓은 혁신사상 10계명은 김 사장의 혁신철학 압축판이다. 10계명은 '5%는 불가능해도 30%는 가능하다''조직을 파괴하라''NO 없는 도전''큰 덩치를 잡아라''한방에 끝내자''나 아닌 우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이 같은 10계명을 기반으로 취임 직후 직급별로 마라톤 혁신 워크숍을 열어 직원들에게 혁신의 필요성을 전달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