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연기느낌 안나는 연기 해보고 싶다"
130억원의 제작비가 든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에서다.
2004년 동남아시아를 휩쓴 쓰나미에 영향을 받아 기획된 이 영화는 100만 인파가 모인 해운대에 거대한 쓰나미가 닥친다는 내용이다.
설경구는 상가번영회 회장으로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는 강연희(하지원)를 몰래 좋아하는 최만식 역을 맡았다.
그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운대가 한국판 블록버스터로 알려졌지만, 그보다는 큰 재난 앞에서 초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소개했다.
국내외 감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설경구지만 컴퓨터그래픽(CG)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영화는 처음이어서 당황스러웠단다.
"상대 배역 없이 연기하는 게 이상했어요. 제가 표출하는 감정이 CG와 어울리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CG팀과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했습니다.생각보다 그런 장면이 많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죠."
CG 외에 그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의외로 연기보다는 사투리였다.
충남 서천 출신으로 생애 대부분을 서울서 보냈다는 그는 "사투리 연기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말한다.
"부산 출신인 윤제균 감독이 연기는 일정부분 저에게 맡겼지만 사투리만은 절대 양보하지 않더라고요.촬영 전 한 달 반 동안 매일 연습했는데, 실전에서 대사가 2줄만 넘어도 긴장했습니다." 그는 연기를 위해 연습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분석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집에서 대사나 표정 짓는 연습을 거의 하지 않아요. 모든 걸 현장에서 해결합니다. 그게 훨씬 자연스럽거든요."
연습보다는 현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이런 경향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에 출연하면서 체득한 습관이다.
"시나리오는 그저 가이드일 뿐이죠. 현장은 시나리오와 많이 다를 수 있어요. 이 감독님도 '시나리오에 구애받지 말고 그냥 (촬영장에) 오라'고 말씀하셨죠. 예행연습 때조차 감정을 100% 쓰지 못하게 하셨어요."
그러나 현장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요즘에는 일종의 매너리즘이 생겼다고 한다.
예전 작품에서 한 연기와 비슷한 연기가 다른 작품에서도 보인다는 지적을 가끔 받는다는 것.
"자연스러운 건 좋은데 그게 참 고민이에요. 이제라도 집에서 시나리오를 열심히 연구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웃음)
그는 "별다른 능력이 없어 보이지만 연기 같은 느낌이 나지 않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내가 가진 걸 모르겠어요. 내가 가진 게 뭘까 생각해보면 참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그의 말을 잘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 빼곤 특별한 재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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