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년 니트(NEET)족이 113만명으로 청년 실업자(32만8000명)의 3.4배에 달한다는군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집계 분석한 것이니 지금은 훨씬 더 늘어났겠지요. 통계청 조사 결과 올 들어 5월까지 20~30대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보다 32만2000명이나 줄었다고 하니까요.

게다가 대학 졸업자의 니트율이 고교나 전문대 졸업자보다 높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제 밥벌이를 못하는 젊은층이 수두룩하다는 거지요. 대학만 졸업시키면 부모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따라서 노후에 생활비나 용돈을 받으며 편안하게 지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조부모 세대와 달리 부모 세대는 대학을 졸업시키고도 여전히 자식들을 먹여 살리고 뒷바라지하느라 쩔쩔매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 대학을 나오고도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엔 스펙이 부족하다며 토익 점수를 높인다,자격증을 딴다며 학원에 왔다갔다 하거나 취업이 안돼 속상하다며 방에서 나오지 않는 자식으로 인해 열통 터진다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기껏 취업했나 싶어 한시름 놨더니 적성에 안 맞는다,이상한 상사 때문에 못 살겠다,비전이 없다,좀더 괜찮은 곳에 들어가야지 도저히 안 되겠다며 때려치우고 어학연수를 가겠다,유학을 가겠다,전공을 바꿔 학사편입하겠다거나 아예 다시 입학하겠다고까지 나서는 자식 때문에 머리를 싸매는 부모들도 부지기수입니다. 공무원 시험이나 로스쿨 입학을 준비한다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답답하고 속 상하지만 대놓고 따끔하게 혼내거나 말리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야근이다 회식이다 해서 밤낮 늦고 상사와 뜻이 안 맞아 끙끙대는 걸 보면 안쓰러운 데다 그 상황을 탈피하려면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는 데 말릴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토익 점수를 높이고 전공을 바꾸거나 대학원을 나오는 등 스펙을 높이거나 세탁한다고 죄다 뾰족한 수가 생기느냐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연령제한이 사라졌다지만 대부분의 직장에선 나이 많은 신입사원을 부담스러워합니다. 직장에선 괜찮다고 해도 늦게 입사하면 나이 어린 선배나 상사를 모시느라 마음 고생을 해야 하는 수도 많습니다.

취업하는 데 있어 스펙은 중요하지만 연령도 영향을 미치고,태도와 의지도 한 몫합니다. 일본에선 자기 편한 대로 살다간 곧 하류로 전락한다고 지적한 '하류사회'라는 책이 나왔거니와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에선 25세 청년이 1년간 미취업 상태에 머물 경우 평생 2억8000만원을 손해본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연봉과 복지 혜택 등 더없이 좋아 보이지만 막상 입사하면 다들 힘들고 불안해 합니다.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과 공공기관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게다가 안정적이란 말은 뒤집으면 답답하다는 말과도 통합니다.

봉급쟁이의 수명은 어디건 유한하다는 얘기지요. 마냥 지루할 것 같던 20대가 지나고 나면 세월은 그야말로 눈깜짝할 새 지나갑니다. 애써 괜찮은 직장에 취업해도 20년 이상 다니기 힘들고 그러다 보면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에 직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남 보기에 그럴 듯한 곳을 찾느라 우왕좌왕하면서 세월을 보내기보다 한 살이라도 적을 때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 내공을 쌓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일단 취업하면 그때부터 또 다른 배움과 가능성이 시작됩니다. 직장이란 입사 초기엔 돈을 받으며 공부하는 곳이니까요. 세상만사 새옹지마라고 하거니와 살다 보면 축복과 저주가 따로 없는 수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큰 것만 바라보기 보다 눈높이를 낮추고 평생직업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망설이지 않고 실천하는 행동력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