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요즘 컴퓨터만 켜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지난달 4일부터 가동에 들어간 차세대 전산시스템 '팍스하나(Pax Hana)'를 통해 은행의 업무 효율이 높아진 것은 물론 고객 편의성도 증대됐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팍스하나'를 통해 확보한 정보기술(IT)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반기부터는 좀더 적극적인 영업과 마케팅에 나서기로 하고 구체적인 전략 마련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팍스하나'는 하나은행이 지난 22개월간 3500억원의 비용과 연인원 1만6600명을 투입해 완성한 새로운 전산 시스템이다. 흔히 계정계라고 불리는 거래처리시스템과 CRM(고객관계관리)시스템을 통합해 전산 시스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 시스템을 통해 업무 효율성과 영업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세대 시스템을 활용하면 지금까지 2~3개월이 걸리던 신상품 개발 기간을 2~3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은행의 설명이다. 또 영업점 콜센터 인터넷 자동화기기 등 각 영업채널에서 수집되는 고객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돼 영업 역량이 한층 강화된다는 것이다. 영업단위별 성과 관리와 수익성 분석도 가능해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약 8817억원의 비용 절감 및 수익성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더욱 편리하고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나은행 고객은 인터넷 홈페이지(www.hanabank.com)에서 하나은행 계좌는 물론 다른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타 금융회사의 계좌까지 한 화면에서 조회할 수 있다. 각 금융사 홈페이지를 드나들면서 계좌를 관리하고 거래를 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또한 기존과 달리 시스템 점검이 필요 없어져 늦은 밤시간에도 인터넷뱅킹이 가능해졌다.

고객의 연령 직업 투자성향 등에 따라 알맞은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새로 추가됐다.

예를 들어 직업이 의사인 고객이 로그인하면 '닥터클럽' 대출 상품이 소개되고 펀드 상품을 자주 검색한 고객이 접속했을 때는 새로 나온 펀드 상품에 대한 정보가 제공된다.

'실버뱅킹'은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위한 음성안내 서비스다.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음성으로 거래 방법과 컴퓨터 조작 방법을 안내해 줌으로써 연령대가 높은 고객도 인터넷뱅킹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편리해진 것은 온라인 거래만이 아니다. 영업점의 거래 과정도 개선됐다. 예전에는 고객이 출금 송금 계좌해지 등 여러 가지 거래를 하려면 각각의 거래에 대해 신청서를 따로 작성해 창구 직원에게 줘야 했다. 그만큼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그러나 차세대 시스템을 적용한 뒤로는 한 장의 신청서로 여러 가지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좀더 편리해짐과 동시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고 은행 입장에서는 거래전표가 줄어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었다.

김 행장은 "차세대 시스템 도입으로 다른 은행보다 앞선 IT 경쟁력을 갖게 됐다"며 "이를 활용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신상품을 적극 개발하고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