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많이 접하는 광고,가장 재미있는 광고,그러나 얼리 어답터이기를 포기한 이들은 잘 알아듣지 못하는 광고는? 정답은 휴대폰과 이동통신 광고가 아닐까.

기술과 시장 점유 경쟁이 심한 첨단 기기와 서비스라는 특성 때문에 매일 새 상품이 출시되다 보니 새로운 모델을 알리는 광고 또한 따라가기 벅찰 만큼 쏟아지고 있다.

현재 쓰고 있는 상품과 기기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새로운 제품으로 갈아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강박관념이 생길 지경이다. 한가지 의문은 광고만 봐서는 도대체 무슨 제품을 선전하는 것인지,어떤 기능이 있다는 것인지,어떻게 쓰라는 것인지,내게 필요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제품 자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 채 브랜드명이나 특정 이미지만을 알리는 광고 기법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과 서비스의 발달과 경쟁이 심해 차별화가 어려운 탓에,혹은 구차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뜻에서 이런 광고 기법을 택하는 것 같다.

KT의 유무선 통합 서비스 'QOOK'은 이 같은 이미지 광고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다. 'QOOK'은 유선 집 전화,초고속 인터넷 메가패스에다 통화 요금이 싼 인터넷전화,HD급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주는 IPTV를 하나로 묶어 서비스해주는 KT의 새로운 서비스 상품이다. 여기에 KT와 KTF의 합병으로 휴대폰 통신 상품 SHOW까지 결합시켜 서비스받을 수 있어 통신과 영상 관련 종합 선물세트라 할 수 있다.

'QOOK' 광고는 어떤 상품을 어떻게 엮었으며 함께 서비스를 받으면 얼마가 절약되는지 등의 세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통신과 영상 서비스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오늘의 한국인에게 새로운 서비스 상품명만 알리면 나머지는 자신 있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런 의지의 표상이 'QOOK'이란 브랜드명에 잘 나타나 있다.

'QOOK'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쿡 찍는다" "쿡 찔러본다" 였다. '콕'하는 가녀린 어감과 '콱' 혹은 '꽉'하는 무지막지스러운 어감 사이에 있는 선명하고 신선한 느낌의 기대만발 의성어로 다가온다.

'QOOK'이라는 영문명을 보기 전에는 '요리한다'는 뜻의 'cook'으로 알아듣기도 한다. 사실 'QOOK'이라는 브랜드명을 지을 때 'cook'과 발음이 같다는 점도 의도했을 것이다. 이러저러한 요소를 다 집어넣어 하나의 완결된,최상의 상품을 내놓겠다는 뜻에서 'cook'도 충분히 연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QOOK'이라는 브랜드명은 이처럼 다채로운 상상의 여지를 안겨줬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기발한 연속 광고로 웃음과 감동까지 자아내고 있다. 시리즈 중 'QOOK 출생기록-아기발자국' 편은 QOOK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상품 출시를 알리는 안성맞춤의 광고다.

순백의 배냇저고리를 입고 하얀 하트 모양 베개에 누워있는 신생아.세상에서 가장 편한 모습으로 잠을 자고 있는 아기의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 '아이고 놀랍고 신기해라'라는 표정을 지으며 옹알이를 한다. 아기가 왜 저럴까,궁금하던 시청자들은 아기 발바닥에 잉크를 발라 출생 신고서에 '쿡' 도장 찍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출생신고하는 장면 다음에 바로 "쿡하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는 문구가 찍힌다.

이 광고는 무엇이 새롭게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려는 걸까? 발 도장을 찍고 나니 만족스럽고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긴 배냇저고리 속에 감추어진 손으로 손뼉까지 치는 아기 표정 위로 젊고 씩씩한 여성의 음성이 흐른다. "새로운 걸 원해? 집에서 쿡해." 무슨 제품이라는 건 알려주지 않지만 빨간 색 집 그림 로고가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집에 '쿡' 처박혀서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광고에서 아기와 동물은 사랑스럽고 귀엽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등장하곤 했는데 'QOOK 출생기록-아기발자국' 편에서는 새로운 시작,새로운 삶의 방식이라는 의미로 확대됐다.

옥선희(대중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