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26일 정리해고 대상 인원에 대해 제시한 최종 처리안을 노조가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이 회사의 경영상태가 `위기' 단계를 지나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는 한 달 넘도록 진행해 온 공장 점거 파업을 계속 이어갈 공산이 크고 생산 중단이 장기화하면 쌍용차는 현금을 확보하지 못한 채 결국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점거 파업 장기화..생산량 `제로(0)' = 쌍용차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줄여야 할 유휴인력의 규모가 2천646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지난 4월부터 사무직 및 생산직 근로자에 대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쌍용차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976명에게 정리해고 방침을 통보했고, 이들을 주축으로 한 노조원들은 지난달 22일부터 경기 평택 공장을 점거한 채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공장 가동이 아예 중단되면서 이달 쌍용차는 단 한 대의 차량도 생산하지 못했고 영업점 전시용 차량 등 재고 차량으로만 90여 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쌍용차는 지난 19일까지 파업으로 인한 생산 및 매출 차질이 각각 6천385대, 1 천400억원에 이르며 올해 1분기 2천700억여원인 적자 규모도 2분기에 훨씬 커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정관리 상태인 쌍용차가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그때그때 차량을 팔아 얻는 대금이 사실상 전부이다.

이달 판매량 90대는 작년 월평균 판매량인 7천722대와 비교하면 고작 1.1%에 그치는 것으로, 파업사태가 해결되더라도 당장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장가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파산 가능성 점점 커진다 = 이 같은 한계 상황에서 이날 회사 측이 노조에 "정리해고자 976명 가운데 2012년까지 200명 범위에서 우선 재고용하고 450여 명에게 희망퇴직 기회를 재부여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는 "결국 정리해고를 강행하겠다는 뜻"이라며 거부했다.

노조가 `총 고용 보장'이라는 요구 조건이 수용될 때까지 점거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굳힘에 따라 생산 중단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생산이 장기간 멈추면 쌍용차의 유일한 `돈줄'인 판매대금이 고갈되기 때문에 점거 파업이 풀린다고 해도 돈이 없어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는 9월15일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 전에 법정관리가 폐지되고 파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내라고 명령했지만, 쌍용차의 경영사정이 극도로 악화해 청산가치가 회사를 계속 운영하는 가치보다 더 높아졌다는 판단을 근거로 중도에 회생절차를 끝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산 중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회생계획안이 제출되더라도 법원과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 파산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쌍용차의 회생 여부를 결정할 열쇠는 생산재개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노조가 쥔 셈이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 `총 고용 보장'이라는 요구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노조 측이 강경입장을 바꿔 사측과 타협하는 길만이 현재로선 유일한 희망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노조 측이 공장 점거파업을 접지 않으면 쌍용차가 회생할 여지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