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금융위원회가 10월부터 실손형 민영의료보험 상품의 보상한도를 100%에서 90%로 낮추는 내용의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공고한 뒤 손해보험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하루종일 회사별로 임원회의가 열렸고 업계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응키로 했다.

이는 보상한도 축소뿐 아니라 당장 다음 달 중순부터 오는 9월 말까지 석달여간 5년 갱신주기를 가진 실손 보험을 팔 수 없게 됐기 때문.금융위가 개정안 공고에서 예고없이 '7월 중순 개정 시부터 10월 시행 시까지 갱신주기 3년 상품만 팔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현대해상과 한화손보,그린화재 등은 5년 갱신주기 상품밖에 없다. 석달여간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셈이다. 실손보험은 각사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 주력상품인데도 말이다. 현재 삼성화재를 뺀 모든 손보사도 5년 주기 상품을 취급한다.

혼란이 생긴 곳은 업계뿐만이 아니다. 시장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금융위는 감독규정은 7월 중순에 고시하고,상품 표준약관은 10월 전에 내놓기로 했다.

이에 따라 7월 중순까지 가입한 사람은 계속 100%를 보장받고,7월 중순~9월 말 가입자는 3년 후 갱신할 때 보장범위가 90%로 축소되며,10월 이후엔 보장범위 90% 상품에만 가입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헛갈릴 수밖에 없다.

이틈을 노려 보험대리점이나 설계사를 중심으로 "제도 변경 이전에 가입해야 100% 보장받을 수 있다"고 '절판 마케팅'을 벌이면서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비슷한 상품에 중복 가입시키는 불완전판매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손의료비 100%를 보장해주는 우체국보험은 이번 제도 변경에서 빠져 있어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혼란을 초래한 장본인은 금융위다. '보상한도 축소'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너무 성급히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당초 금융위는 2011년부터 보상한도를 축소하려 했는데 손보업계가 반발하자 무리하게 올 10월로 규제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급히 먹는 밥은 체한다. 체증은 손보업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