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풍채에서 나오는 묵직한 저음,백발의 곱슬머리,넉넉한 웃음이 트레이드 마크인 오현명 한양대 음대 명예교수.한국가곡 전도사인 바리톤 오씨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가곡 '명태(양명문 시 · 변훈 곡)'에서는 그의 이미지처럼 한국적인 정서와 해학적인 멋이 한껏 우러나온다.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 때…어떤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왕자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그는 "우리 성악가들은 외국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스스로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놓으며 "우리 노래를 우리가 안 부르면 누가 부르겠냐"며 가곡이 대중 곁으로 다가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48년 한국 최초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시작으로 60여편의 오페라에 출연했으며 1964년부터 18년간 국립오페라단장을 역임하면서 오페라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지난해엔 암투병 중에도 무대에 서는 열정을 보였다. 이처럼 평생 가곡 발전과 성악교육에 힘써온 그가 지난 24일 저녁 향년 85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이제 구수하고 묵직한 그의 목소리는 하늘나라에서나 들을 수 있게 됐다.

김수찬 오피니언부장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