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재정적자 줄이기 안간힘… 中,담배 소비세 대폭 인상
[Global Issue] 돈 너무 많이 풀었나?… 세금 더 거둬 ‘빈 곳간’ 메운다
중국 정부가 20일 담배 소비세를 최고 11%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다.

경기 부양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됨에 따라 중국의 나라살림은 빠듯한 형편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빚더미에 오른 세계 각국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한 상자(200개비)에 70위안(약 1만4000원) 이상인 고급 담배는 소비세가 45%에서 56%로, 70위안 미만인 일반 담배는 30%에서 36%로 각각 올랐다.

담배 유통업 종사자들은 전체 담배 매출의 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13억 인구 가운데 3억5000만명의 흡연자를 둔 중국이 담배 소비세를 올린 건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4조 안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중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8%인 9500억위안의 재정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앞서 세계은행은 올 들어 4월까지 중국의 세수가 10% 줄어든 데 반해 재정지출은 32% 늘었다며 중국의 재정적자가 GDP의 5% 수준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처럼 세계 각국 정부의 '곳간'은 비어가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양적 완화)과 국채 발행을 늘린 탓이다.

2010년까지 787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미국은 올해 재정적자가 GDP의 13% 규모인 1조85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정부부채도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GDP의 87%인 미국의 나라 빚은 2014년 106.7%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서는 미 정부가 적자를 억제하지 않으면 미국이 누리는 최고 국가신용등급(AAA)이 강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있을 정도다.

사회보장 정책으로 만성적 재정난에 시달려 온 유럽은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올 상반기 1250억파운드의 양적 완화를 실시한 영국은 올해 재정적자가 GDP의 12.3%인 1750억파운드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는 재정적자가 GDP의 6.5%로 12년래 최대치로 뛰어올랐고, 독일은 5939억유로를 금융권 구제에 투입하면서 재정난이 악화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주요 8개국(G8)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정한 상한선인 3%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일본은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9.9%에 달하는 등 여전히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의 재정적자 규모가 2009년 GDP의 175%, 내년에는 194%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작년 하반기 국채 발행을 통한 25조엔 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재정적자폭은 더욱 커졌다.

브릭스(BRICs)를 포함한 아시아는 선진국에 비해 재정적자가 덜한 편이지만 인도 대만 베트남 필리핀 등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부 국가는 막대한 정부 부채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 적자 줄이기 안간힘…경기 회복 발목 우려

세계 각국은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장 손쉬운 카드는 세금 인상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3%인 5330억달러로 낮춘다는 계획 아래 2019년까지 총 16조4800억달러의 소득세와 4조2150억달러의 법인세를 징수하기로 했다.

연봉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혜택을 줄이고 최고 세율을 39.6%로 높여 6367억달러를 걷기로 했다.

기업들에 물리는 각종 세금을 강화하고 해외 조세 회피를 줄이는 방식으로 총 3354억달러의 세금을 거둬 들이기로 했다.

각종 금융상품 세금 감면 혜택도 크게 줄일 방침이다.

영국도 내년 4월부터 연봉 15만파운드 이상 부유층 세율을 40%에서 50%로 올리고 고소득층 연금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또 주류세와 담배세를 2%포인트 올리고 연료세 쓰레기매립세 자동차소비세도 인상키로 방침을 정했다.

독일은 소득세 최고 세율을 현행 45%에서 47.5%로 상향했으며 그리스는 연소득 6만유로 이상 계층에 대한 한시적 세금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헝가리는 오는 7월부터 부가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인상하는 한편 3000만포린트(약 1억8000만원) 초과 부동산 등 고가 자산에 대한 재산세를 도입키로 했다.

일본은 현재 5%인 소비세율을 2011년부터 매년 1%씩 높여 최대 12%까지 인상할 방침이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IMF 등에 긴급 구조를 요청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파키스탄은 재정난 해소를 위해 IMF에 40억달러의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필리핀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차관 등 원조 공여국들과 다국적 원조기구들에 필리핀에 대한 지원 수준을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각국이 재정적자 축소에 안간힘을 쓰는 까닭은 늘어나는 정부 빚이 경제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빚을 갚느라 빠듯해진 정부 재정 때문에 교육 · 의료 · R&D · SOC 등 생산적 투자에 소요될 재원이 줄어든다.

그리고 정부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는 원래 민간 투자로 갈 수 있었던 자금을 대량으로 빨아들인다.

시중에 돈이 그만큼 없어지기 때문에 이자율도 올라 기업은 돈을 빌리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민간 투자가 정부의 적자재정에 잠식당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라고 한다.

시중에 돈이 지나치게 많이 풀리면 그만큼 인플레이션 또한 심해진다.

하지만 국채 발행은 현재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주에만 총 1040억달러어치의 국채를 매각했다.

영국도 2009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에 2200억파운드의 국채를 매각키로 했다.

올해 3차례나 경기 부양대책을 내놓은 일본은 지금까지 50조엔의 국채를 발행했다.

현재 각국 정부는 국채 이자율 상승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이자율은 지난해 연 2.0%에서 최근 3.5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독일 정부의 10년짜리 국채 이자율은 2.93%에서 3.57%로,영국의 국채 이자율은 3.41%에서 3.78%로 상승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채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미 정부는 매년 1700억달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증세와 지출 축소 등 재정난 해소 방안이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거나 조세 저항 등 역풍을 불러오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지난 4월 세금 인상 계획을 내놓은 뒤 부유층과 기업인의 반발을 사며 지지도가 추락하는 낭패를 봤다.

성급한 재정난 타개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크리스탱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최근 "주요 8개국(G8) 국가들이 (현재의 경기부양책에서 빠져나가는) 출구전략을 너무 빨리 내놓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