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재개발 지역인 용산에서 발생한 철거민 폭력농성 사건을 계기로 상가권리금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철거되는 점포 상인의 입장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상가권리금에도 개발이익의 일정 부분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상가권리금을 집주인이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음의 양쪽 주장을 읽고 각 주장들이 근거하고 있는 명시적 혹은 암묵적 전제들을 추정한 보기중 사실과 다른 것을 고르시오.

주장1 : 권리금은 상인이 쌓아올린 가치이다. 상인의 땀과 노력,구체적으로는 인테리어 등 시설투자에 대한 비용과 영업에 대한 노하우,오랜 시간 고객 관리에 쏟은 열정의 총화가 바로 권리금이다. 이런 유무형의 가치에 대해 재개발 이익의 일정한 지분을 보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루아침에 이를 몰수당하는 것은 상인의 존재를 중시하는 시장경제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연히 보상받아야 한다.


주장2 : 상가 권리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원시적 제도이다. 권리금은 상인이 점포를 양도할 때 주인이 아닌 상인들 간에 수수하는 것이다. 권리금은 영업이 계속되는 동안만 의미가 있기 때문에 상인은 계약기간 내에 회수 가능한 권리금을 감안하고 점포를 경영해야 한다. 받지도 않은 권리금을 건물 주인이 보상하도록 한다면 이는 소유권을 제한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임대차 계약 체계를 붕괴시킨다.

① 주장2는 권리금의 존재는 임대료에 대한 평가제도가 낙후된 결과라고 본다.


② 주장1은 권리금은 상가 건물에 대한 청구권적 성격을 갖는다고 전제한다.

③ 주장1은 개발 이익에 대한 상인의 법적 지분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④ 주장2는 입주 상인에 대한 보상은 주인의 소유권을 침해한다고 본다.

⑤ 주장1은 권리금이 높아야 시장경제 제도가 성숙한다고 본다.

해설

['테샛' 공부합시다] ‘상가 권리금’ 재산권 논쟁 제대로 이해했나
권리금은 재산권에서 핵심적인 논쟁 거리 중 하나이다.

평범한 점포라면 권리금도 없지만 물목 좋은 점포의 권리금은 자연스레 높게 형성된다.

이 문제에서 주장 1은 권리금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 논거로 영업 노하우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 이익에 대한 상인의 법적 지분도 권리금을 받아야 할 이유 중 하나로 들고 있다.

이에 반해 주장 2는 권리금은 우리나라 재산권제도에 남아 있는 전극대적인 유물로 이런 관행은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상인과 상인 간 거래인데도 불구하고 주인이 보상을 해야 한다면 이는 소유권 자체의 붕괴를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보기 ⑤에서 권리금이 높아야 시장제도가 성숙해진다는 논리를 찾을 수 없다.

다만 주장 1은 재개발 이익의 일정 지분을 상인도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정답 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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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

내돈으로 길 포장,이웃 땅값도 오르면…

편익(benefit)을 추구하는 사람의 행동에는 반드시 비용(cost)이 따른다.

편익보다 비용이 더 크다면 그런 행동은 비효율적이고 그 용도에 쓰인 자원은 낭비되었다고 말한다.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사람들이 비용보다 편익이 더 큰 행동만을 선택해야 한다.

얼른 생각하기에 자유방임의 시장경제라면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할 것 같다.

예컨대 상품을 생산 · 판매하는 기업은 벌어들이는 판매 수입(편익)이 생산 비용보다 작으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항상 편익이 비용보다 높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의 기업활동을 보면 다르다.

활동의 비용과 편익이 실제로 기업이 부담하고 누리는 것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과거의 기업들은 하천에 폐수를 방류해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러므로 기업은 실제 유발한 비용 가운데 하천 오염 비용 같은 것은 부담하지 않고 넘어갔다.

기업이 유발한 전체 비용을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이라고 하고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을 사적 비용(private cost)이라고 부른다.

공해 유발의 경우처럼 사적 비용이 사회적 비용보다 작은 행동은 자신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사회에 떠넘기는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ies)를 창출한다.

편익에서도 같은 경우가 나타난다.

내 돈을 들여서 나의 집에 이르는 길을 포장하면 내 이웃의 땅값도 오른다.

이 편익은 내가 도로를 포장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겠지만 내것이 아니라 내 이웃의 것이다.

이처럼 내가 누리는 사적 편익(private benefit)이 내가 창조한 사회적 편익(social benefit)에 미치지 못할 때 나는 내 행동이 창조한 편익을 모두 거두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헌납하는 외부경제(external economies)를 창출한다.

외부경제와 외부불경제를 모두 일괄하여 외부성(externalities)이라고 한다.

사적 비용 · 편익이 사회적 비용 · 편익과 괴리되는 외부성은 시장경제의 자유방임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사람들이 행동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사회적 비용 · 편익이 아니라 사적 비용 · 편익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용보다 더 작은 사회적 편익을 가져오는 행동은 자원의 오용과 낭비를 유발하지만 사적 편익이 사적 비용보다 더 크기만 하다면 개인은 주저하지 않고 자원을 낭비하는 이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외부성이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초래하는 까닭은 관련 재산권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아서 그 보호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즉 외부불경제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외부경제는 다른 사람들이 내 재산권을 유린하는 현상이다.

재산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재산은 시장에서 거래될 수가 없고 아무나 일방적으로 점유한다.

외부성은 이처럼 사회적 비용 · 편익과 사적 비용 · 편익의 차이에 대하여 재산권을 명확히 획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외부성에 따른 효율적 자원 배분의 실패는 재산권이 획정되지 못한 재산이 시장에서 거래되지 못한 결과이므로 이것을 시장실패라고 부르는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shoonl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