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선덕여왕'서 미실의 정부 설원랑 역
전노민 "설원랑의 질투와 야망 이제부터 시작"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는데 제대로 한번 해봐야죠?"

'착한 남자' 전노민(43)이 '악한 남자'에 도전했다.

그는 MBC TV '선덕여왕'에서 미실(고현정 분)의 정부 설원랑 역을 맡아 질투와 야망에 휩싸인 남자가 저지를 수 있는 일들을 하나둘씩 선보이게 된다.

"한 번쯤 이미지를 바꾸고 싶던 차였는데 딱 기회가 왔어요. 운이 좋은 거죠."

육중한 갑옷을 벗어 던진 전노민을 23일 오후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가벼운 옷차림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더운 날씨였지만 전노민은 이날 오전까지도 '선덕여왕'의 촬영장에서 갑옷으로 사우나를 한 뒤 막 서울로 올라온 길이었다.

"더위요? 말도 못하죠. 촬영 끝낸 후 갑옷 벗고, 수염 떼고, 화장 지울 때면 절로 '어으…'라는 괴성이 나와요. 땀으로 갑옷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지니 말 다했죠. 그런데 시청률이 30%를 육박하니 그런 고통은 다 감수할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 팀 분위기 정말 좋아요."

2006년 SBS TV '사랑과 야망'의 홍조 역을 시작으로 전노민은 MBC TV '나쁜여자 착한여자'와 SBS TV '가문의 영광'까지 최근 3년간 내리 착하고 반듯하며 모범생 같은 남자를 연기했다.

마침 모두 6개월에서 1년까지 방송되는 긴 호흡의 연속극이었고, 시청률도 높았기 때문에 최근 3년간 전노민과 '착한 남자'는 동일어로 분류됐을 정도다.

그런 그가 설원랑을 맡아 색다른 모습에 도전했다.

첫 악역인데다 본격적인 사극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 또 사랑에 있어서도 늘 순한 사랑을 지향했던 그가 이번에는 소유욕에 불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지금까지는 설원랑이 악역으로 비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최근 받아든 대본을 보고 '아, 이를 어찌해야하나' 싶었어요. 설원랑이 미실에게 새 남자가 생긴 것을 보고 질투에 휩싸여 술잔을 깨부수는 장면이 들어 있었거든요. (웃음)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와 함께 이제부터 설원랑은 자신의 경쟁자,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게 됩니다. 야망을 위해 온갖 술수를 동원하게 되죠. 김영현 작가가 '중반부터는 정말 못되게 해주셔야 한다'고 부탁했어요."
전노민 "설원랑의 질투와 야망 이제부터 시작"
그는 하마터면 '선덕여왕'을 피해갈 뻔했다.

지난해 두 달 호흡의 KBS 2TV 퓨전사극 '최강칠우'를 통해 사극을 처음 경험한 그는 당시 촬영이 너무 힘들어 '사극은 다시는 안하겠다'고 결심했었다.

"만 3년 내리 계속 작품을 하면서 한순간도 쉬지 못했어요. 그래서 '가문의 영광' 끝나고는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김영현 작가가 전화를 걸어와 설원랑 역을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최강칠우'하면서 사극이 영 몸에 안 맞는 것 같아 다시는 사극 안하려고 했는데 사극인 거예요 .(웃음) 그래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김 작가께서 '노민 씨가 설원랑을 맡아주면 정말 자신있게 쓸 수 있겠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정말 멋있는 역이라고 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안했으면 어쩔 뻔했을까요."

그는 설원랑에 대해 "카리스마 넘치는 멋진 인물"이라고 자신했다.

"악역이라고 하지만 그 중심에는 한 여자를 위한 사랑이 놓여있어요. 또 미실이 여러 남자를 거느렸지만 진정한 사랑은 설원랑 하나뿐이었대요.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의 마지막에 설원랑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사랑과 야망' 이후 줄곧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전노민은 김수현 작가와 아내 김보연(52)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선생님이 '사랑과 야망'에서 제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저는 없습니다. 제게는 은인이지요. 그 이후에도 선생님이 계속 제 작품을 모니터링하며 조언을 해주십니다. 2004년 아내와 결혼한 후 제가 아내의 후광을 입고 있다는 말이 많았는데 실제로 아내 덕을 본 것이 많으니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김 선생님께서 최근 아내와 식사를 하면서 '노민이가 이제는 완전히 독립했다'고 하셨대요. 그 말씀 듣고 정말 기분 좋았고 용기백배했습니다."

그는 "아내는 여전히 나의 가장 큰 후원자이고 응원자다. 요즘에는 내조를 위해 연기도 안하고 있다"면서 "우리 둘 다 한 번 실패를 한 후 만났기 때문에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나날이 더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