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자리잡은 도요타자동차 쓰쓰미 공장.3세대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조립하는 3라인 근로자들은 2050개의 부품을 쉴 새 없이 조립하느라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프리우스 주문이 폭주하면서 생산량의 절반을 떠맡은 쓰쓰미 공장은 근 한 달째 라인을 100% 돌리고 있다.

스가타 미치노부 도요타 아시아 · 태평양 판매담당 부사장은 "2020년엔 도요타 전 모델에서 하이브리드카를 만들 계획"이라며 "2016년께 하이브리드카의 생산량을 연산 100만대 규모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 대폭발…6개월치 주문 밀려

도요타는 지난달 18일 직전 모델 시스템의 90%가량을 새로 개발한 3세대 프리우스를 출시,한 달여 만에 약 18만5000대를 팔아치우며 경차를 포함한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모리타 미쓰히로 쓰쓰미공장 조립파트 부장은 "1997년 세계 첫 하이브리드카 전용모델인 프리우스 1세대를 내놓았고,2003년 2세대를 출시한 이후 6년1개월에 걸쳐 전혀 새로운 모델을 개발했다"며 "수요가 빗발치고 있어 주문 후 차를 받으려면 6개월가량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불황 대책으로 감산체제를 유지해 온 도요타공장이 바빠졌다. 프리우스가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6월 하루 평균 생산 대수가 1만1000대로 전월 대비 증가세로 전환한 것.9월엔 1만2000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정혁 KOTRA 나고야 무역센터장은 "한때 50% 감산까지 감수해야 했던 덴소,아이신 등 계열 부품회사들이 도요타의 생산량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평일 휴업조치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렉서스 신화 이을까

도요타는 프리우스에 회사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 3월 도요타는 스스로 2010 회계연도의 영업적자를 8500억엔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비관적인 상황에서 프리우스마저 실패한다면 도요타는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인다.

관건은 신형 프리우스의 일본 돌풍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느냐다. 도요타 신임 사장은 올해 하이브리드카로만 40만대를 팔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작년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 규모는 53만대다. 스가타 부사장은 "신형 프리우스가 이미 지난 5월 미국에 상륙했고,올해 안에 전 세계 80개국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 10월엔 한국에도 들어올 예정이다.

일본 중국 미국 한국 등 유럽을 제외한 주요 자동차 소비국들이 하이브리드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일단 상황은 우호적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 시장이 얼마나 빨리 열릴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국내 시장에서 2006년 9월 이후 전체 하이브리드카 누적 판매량은 1297대에 불과하다. 도요타가 지난해 중국에 판매한 프리우스는 200대가량에 그쳤다. 신형 프리우스의 미국 판매 실적도 1000대 미만으로 신통치 않은 편이다. 강상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도요타가 부활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프리우스가 아니라 렉서스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프리우스가 렉서스만큼 이익을 많이 남길 모델인가에 대한 지적이다. 이와 관련,오쓰카 아키히코 프리우스부문 수석 엔지니어는 "배터리 가격을 얼마나 싸게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3세대 프리우스의 배터리 가격은 1세대에 비해 20% 정도 싸긴 하지만 여전히 비싸다"고 말했다.

나고야=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